제218화

정연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깊은 미련과 쓸쓸함이 담겨 있었다. “네 입으로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거, 정, 정말 좋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난 이제 네 곁에 있을 수가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자꾸만 메어 왔고 말끝마다 깊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서준아, 나... 나 참 이기적이지? 난 네가 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계속... 계속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너를 정말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그걸 꼭 기억해 줘...” 정연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희미했다. 그녀는 너무 지쳐 있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 있었다. “난 절대 널 잊지 않을 거야, 연아. 평생 널 기억할 거야.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봐! 괜찮을 거야! 꼭 괜찮아질 거라고!” 진서준은 흐느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정말로, 아주 오래전부터 정연을 깊이 좋아하고 있었단 걸.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정연이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새까매졌다. “서준아, 만약...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 다시는... 다시는...” 정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힘을 다해버렸다. 진서준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바닥에 ‘툭’ 부딪혔다. 그녀는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눈을 감는 그 순간, 정연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조용히 흘러내려 천천히 바닥 위로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연아！” 진서준은 정연을 꽉 끌어안고 오열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세상은 조용해졌다. 그는 온몸을 떨며 정연을 품에 안은 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 뒤. “좋아!” 드디어 이승훈의 OK 사인이 떨어졌다. 그의 눈빛은 반짝였고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이 장면은 지금까지 찍은 것 중 단연 최고의 신이었다. 임수아도, 안욱진도 감정선이 완벽하게 살아 있었고 표현력도 훌륭했다. 특히 임수아는 이승훈조차 예상하지 못한 깊은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