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그녀는 가슴 한편이 찢긴 것처럼 계속 아팠다. 조금 전에 정지안이 말한 주제로 연기했지만 임수아는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했기에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한효진이 그녀에게 해주었던 말이 귓가에 맴돌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정지안을 만나서 연기를 선보인 임수아는 이제야 자신의 진심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녀는 윤시혁과 서은채가 같이 있는 모습을 죽어도 보기 싫었다. 두 사람이 언젠가 결혼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얼마 후, 감정을 추스른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저택으로 돌아갔을 때 거실 소파에 한효진이 혼자 앉아 있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임수아가 미소를 지으며 한효진의 옆에 앉았다. 한효진이 미소로 화답하면서 물었다.
“우리 수아 왔어? 오늘 일이 있어서 나가더니 다 해결하고 온 거야?”
임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네. 계약서에 사인하고 왔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저한테 연기 선생님을 소개해 주어서 연기를 배울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잘된 일이구나.”
한효진이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연기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열심히 해야 해. 뭘 하겠다고 결정한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지.”
“저도 할머니랑 같은 생각이에요.”
두 사람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한효진은 갑자기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수아야, 어젯밤에 힘들었지? 너는 마음고생이 심해도 내색하지 않잖아.”
임수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혁 씨한테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 말을 들은 한효진은 화가 나서 속으로 윤시혁과 서은채 자매를 욕했다.
“앞으로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 알겠지?”
한효진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임수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얘기를 나누다가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대본을 꺼내서 읽어 보았지만 대본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임수아는 대본을 내려놓고 미간을 매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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