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신지환은 몰라보게 망가져 있었다. 머리가 헝클어진 것도 모자라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왔고 슈트는 볼품없이 구겨져 있었다.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우울하고 음침하기만 했다.
“지환아.”
주여린은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온 힘을 다해 기자들을 밀어내고 신지환에게 달려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지환아. 왜 이제 왔어. 저 사람들이... 저 사람들이 나를 모함해. 그 영상 다 가짜야. 서아진 씨가 합성해서 나를 모함하는 거라고. 나 믿지? 나 도와줄 거지?”
주여린은 신지환의 팔을 잡고 억울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주여린이 평소 자주 쓰는 방법인데 눈물만 흘리면 신지환은 어김없이 마음이 약해져 무조건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지환도 예전처럼 그녀를 다독이지 않았다. 부드럽기만 하던 눈동자는 지금 분노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고 주여린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종말의 기운을 뿜어냈다.
주여린은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신지환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주여린의 손가락을 뜯어냈다. 힘이 세지는 않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사람의 마음을 시리게 하는 외면이었다.
기자들도 싸한 분위기를 느끼고 기삿거리를 잡았다는 생각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두 사람에게 들이댔다.
“가짜라고?”
신지환이 입을 열었다. 메마른 목소리는 그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주여린. 아직도 나 속이려 드는 거야?”
가슴이 철렁한 주여린은 불길한 예감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지환아. 내 말 좀 들어봐... 정말 서아진 씨가...”
“나 그 영상 봤어.”
신지환은 주여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잘라버렸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참은 듯 떨리고 있었다.
“그것도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완전판을 봤어. 화물차와 충돌하고 차에서 기어 나온 네가 쓰러진 나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거, 나를 구하러 온 아진에게 한 말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확인했다고.”
신지환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주여린은 신지환의 음침한 눈동자를 보고 심장이 철렁해 뒷걸음질 치다가 치마를 밟고 넘어질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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