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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주여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신지환에게 쉬지 않고 퍼부었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 아니지? 서아진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이제야 깨닫고 내 탓으로 돌리려는 거 같은데 늦었어. 뼈저리게 후회하면 돌아봐 준대? 어리석긴. 서아진 씨는 너 버렸어. 넌 항상 내가 우선이었잖아. 눈사태가 났을 때도 서아진 씨가 더 많이 다쳤는데 나를 먼저 구햇고. 서아진 씨를 시체 안치실에 가두고 욕한 것도 나를 위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나 같으면 진작 버렸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껌딱지처럼 붙어서 귀찮게 하면 용서해 줄 것 같아? 꿈 깨. 서아진 씨가 너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 쓰레기 보듯 해. 너는 평생 용서받지 못할 거야. 지금처럼 쭉 버림받는 게 벌이라면 벌이겠지. 쌤통이다.” 주여린의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조용한 회장 안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신지환은 우레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 했다. 그러다 주여린의 목을 감쌌던 손을 스르륵 풀고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주여린의 말은 비수가 되어 정확하게 신지환의 가슴으로 날아가 꽂혔다. 덕분에 신지환이 그동안 잘 감췄다고 생각한 비열함과 추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 내가 미워해야 할 사람은 주여린이 아니라 나 자신이지. 내가 눈이 멀어서 진짜를 몰라보고 짓밟은 거야. 내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첫사랑도 그 대용품인 아진도 손에 넣으려 한 거야. 10년이 흐를 동안 일편단심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진을 죽인 건 나야.’ 신지환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귓가에는 자지러지는 주여린의 웃음소리와 갈수록 거세지는 기자들의 질문이 울려 퍼졌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더는 버틸 수 없었던 신지환은 옆에 선 사람을 확 밀어내고 비틀거리며 포위망을 뚫고 복도로 걸어갔다. 뒤에서 주여린이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장면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졌지만 신지환이 관여할 건 없었다. 비틀거리며 비상계단으로 들어간 신지환은 차가운 벽에 기대고 서 있다가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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