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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하지만 자해하는 차수가 많아질수록 환영은 점점 드물게 나타났다. 신지환이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방법은 서아진을 떠나게 만든 제일 관건적인 시나리오인 화재였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쳐들자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다른 생각은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신지환은 화재가 났던 그 별장으로 향했다. 리모델링했지만 구조는 여전히 같았다. 서아진이 벌을 받던 장면을 똑같이 복사해야만 강한 시그널을 내보낼 것이고 그 시그널이 차가운 시스템의 규칙을 흔들어 억지로 틈을 벌려야만 잠깐의 대화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깊은 밤. 신지환은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앉았다. 그해 생일 케이크를 놓았던 자리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날 입었던 것과 비슷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바닥은 특수한 염료로 원이 그려져 있었다. 라이터를 켠 신지환은 이상하리만치 덤덤했다. “어리석은 방법이라는 거 알아.” 신지환이 텅빈 방안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과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게 너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신지환이 라이터를 바닥에 던졌고 마침 염료로 만든 동그라미에 떨어졌다. 화르르. 화염이 하늘로 치솟더니 바닥에 그려진 궤적을 따라 타오르며 신지환을 에워쌌다. 열기가 공기를 뜨겁게 달구자 산소가 희박해지는데 매캐한 연기까지 피어올랐다. 살을 지지는 듯 한 고통과 함께 호흡이 가빠졌지만 신지환은 그래도 움직이지 않고 눈을 꼭 감은 채 CCTV 영상에서 본 장면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서아진이 겪었을 고통을 똑같이 겪어보려 했다. 불길은 신지환이 예상했던 정도를 벗어나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염이 피부를 뜨겁게 지지며 치지직하는 소리를 냈다. 매캐한 연기를 흡입한 신지환은 격렬하게 기침했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바로 지금이다. 신지환은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을 꽉 붙잡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시스템아. 나와. 내게 그 사람 좀 보여줘.’ 숨이 올라오지 않아 답답한데 화염이 살갗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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