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차가 천천히 병원을 빠져나가자, 나윤아는 백미러에 비친 기자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점점 더 깊이 찌푸렸다. 　　아까 송연희가 달려와 자신을 잡아당겼을 때, 그녀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송연희가 던진 그 한마디도 또렷이 들었다. 　　송연희가 미친 건가? 　　누명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실까지 조작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송연서에게 했던 말들, 그들 모두 현장에 있지 않았나? 　　나윤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태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기분이 안 좋아요?" 　　나윤아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태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집게손가락을 구부려 운전대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의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자, 그는 다시 한 번 나윤아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차를 출발시켰다. 　　어젯밤 김준혁과 송연서의 일이 겨우 잠잠해졌는데, 이번엔 송연서의 자살 소식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며 문기현조차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병원에서 송연희가 나윤아를 붙잡고 던진 그 한마디는, 누가 봐도 송연서의 자살을 나윤아와 직접 연결 짓는 말이었다. 　　요즘 인터넷에는 나윤아가 김준혁 마음속에 있는 송연서를 질투해 결국 그녀를 자살로 몰았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나는 그대로 폭발했고, 곧장 서울로 향했다. 　　한편, 나윤아는 막 약을 먹은 참이었다. 소파에 앉아 옆에 앉은 채 전혀 떠날 생각이 없는 조태준을 바라보다가, 은은하게 퍼지는 두통을 느꼈다. "저, 이미 약 먹었어요." 　　조태준은 그 말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한 듯,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 말했다. "방해 안 할게요. 가서 쉬어요." 　　두 사람은 잠시 대치했다. 결국 조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열이 나는 건 가벼울 수도 있고, 심각할 수도 있어요. 일단 방에 들어가서 자요. 열이 내리면, 다시는 당신 앞에 안 나타날게요."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말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