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자기 아이는 지워놓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하자 성지태의 눈에 담겨 있던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동시에 마음도 잿빛으로 식어버린 듯했다.
“심민지, 은서의 엄마가 되면 넌 다시는 돈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재정적 자유의 전제는 그 돈을 쓸 목숨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은서의 엄마가 된다는 건 단순히 양딸로 이름만 올리는 게 아니라 성지태의 연인이 되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성지태의 연인이 되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었다. 윤예나가 심민지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했고 더 중요한 건 심민지가 죽어도 불륜녀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였다.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아이를 낳고 싶어요. 죄송해요.”
“거액의 재산이 있어도 싫어?”
“네. 거액의 재산이어도 싫어요.”
성지태는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의 통증이 심장까지 번져왔다.
예전에는 분명 돈을 밝히던 여자였다. 온갖 수를 써서 성지태에게 다가오고 자신을 포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백만 원을 받았다고 기뻐하던 여자가 바로 심민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남자 때문에 거액의 재산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니, 성지태가 아는 심민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변화는 성지태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남자 때문이었다.
예전에 성지태는 심민지를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 돈을 밝히며 돈에 목맨 것이나 시야가 좁아 먼 미래를 보지 않고 지름길을 택하려는 심민지의 태도가 진짜 싫었다.
하지만 지금의 심민지는 모든 걸 스스로 해내고 있었고 탄탄한 삶의 기반이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이 진짜 매력적이었지만 심민지는 더 이상 성지태의 여자가 아니었다.
심민지는 조금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성지태 씨, 말씀 다 하셨으면 이제 가도 될까요? 좀 늦었어요. 내일 아침 수업도 있고요.”
성지태는 고개를 들며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시간 뺏어서 미안해. 대신 마지막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네, 말씀하세요.”
“너 계속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근데 그 남자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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