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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고작 주머니 하나에 그렇게 놀라셨어요? 아, 맞다. 한 가지 더 전하라고 하셨어요.” 룡이는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시큰둥하게 말했다. “뭔데?” “스승님이 그러셨습니다. 이 주머니 주인이 당신께 전해달래요. 물건은 이미 썼고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라고요.” 룡이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듣자 가슴이 확 놓였다. 조옥정은 정말 무사했다. 분명 그 심장을 들고 조국철을 구하러 간 것이다. 내가 들떠 있던 바로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붉은 주머니가 갑자기 강한 빛을 내뿜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그런데 그 빛이 곧장 룡이 쪽으로 향하더니, 룡이 주머니 부분을 환하게 비췄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봤다. 룡이 주머니 안에는 아주 작은 유리병이 하나 들어 있었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뭐야?” 그 순간 산에서 있었던 일이 번쩍 떠올랐다. 그날, 내가 붉은 주머니를 꺼냈을 때 그 빛이 토끼 요정에게 닿자마자 심장이 빠져나왔었다. 그 생각이 스치자 등골이 싸늘해지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급하게 붉은 주머니를 이불 속에 감춰버렸다. 조심스럽게 다시 내다보니, 빛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룡이도 멀쩡하게 내 옆에 서 있었다. 그제야 숨이 조금 트였다. “와... 이렇게 좋은 물건을 가지고 계셨네요? 잠깐만 빌려주시면 안 돼요?” 룡이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얼굴에는 부러움과 감탄이 가득했다. 역시 내 걱정은 필요없었다. 조옥정의 붉은 주머니는 영성이 있어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발동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소리 하는데?” “모르는 척하시긴요. 방금 숨기신 그 붉은 주머니요. 이건 보통 주머니가 아니에요. 안에 강한 힘이 들어 있어요. 그 주인도 절대 평범한 사람 아니던데, 당신하고 무슨 관계예요? 혹시 그 조옥정이라는 분 그분이 여자친구예요?” 룡이는 또 재잘거리기 시작했고, 흥분해서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 냉혈한한테서 뭔가를 배우긴 한 모양이었다. 나보다도 이 붉은 주머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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