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황원태 너의 스승님은 참 대단하셔. 찾아준 짝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부잣집 따님이야.” 염효남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냥 인연이 그런 거지.” 나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단지 안으로 곧장 들어가려 했다. 염효남이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잠깐만. 이렇게 불쑥 찾아갔다가 지난번처럼 문전박대당하면 어쩌려고?” “그럼 어떻게 들어가면 좋겠어?” “그거야 간단하지. 잘 봐.” 염효남은 배낭을 멘 채 당당하게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걸어갔다. “여기 사시는 분이신가요?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가실 수 있어요.” 경비원이 염효남을 막아서며 말했지만 미인을 마주한 탓인지 그의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출입증이라고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요?” 염효남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예전 경찰서에서 사용하던 직원증을 꺼내 보였다. “관할서에서 오신 분이신가요?” 경비원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고 막으려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염효남은 뒤에 서 있는 나를 가리키며 경비원을 향해 싸늘하게 웃었다. “사건 수사하러 왔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양씨 가문 문제 때문에 왔습니다.” 내가 급히 앞으로 나서며 염효남의 말을 이었다. 염효남도 바로 반응하며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맞아요! 양씨 가문이요. 양씨 가문에서 발생한 사건을 처리하러 왔어요.” “양씨 가문이라고요? 거기서 무슨 일이 터진 모양이군요. 빨리 들어가 보세요. 이 일이 길어지면 우리 단지 평판에도 안 좋으니까요.” 양씨 가문이라는 말을 듣자 경비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어 우리를 들어가게 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쉽게 우리를 들여보내 주다니?” 염효남은 의아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분명히 뭔가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 아니면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지.”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경비원의 반응으로 미뤄보아 양씨 가문에서 무슨 큰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불안한 마음을 안고 양씨 가문 별장 앞에 도착했다. 눈앞에 4층 규모의 하얀 벽돌에 검은 기와를 얹은 별장이 우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