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허준혁은 걸려 온 전화를 확인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한번 임서희에게 신신당부했다.
“등 상처도 아직 안 아문 데다 손까지 다쳤어. 오늘은 푹 쉬어. 내일... 생사를 가르는 수술을 앞뒀잖아.”
“네.”
임서희는 허준혁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울리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박도운의 경호원이었다.
“사모님...”
임서희는 단호히 잘랐다.
“죄송하지만 저는 더 이상 박씨 가문 사모님 아닙니다.”
박도운의 경호원은 곧장 말투를 고쳤다.
“임서희 씨... 대표님께서 지금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고 계십니다.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민폐인 줄 알면서도 연락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서희는 조금 전 드론 쇼에서 마주친 박도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는 박도운 씨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류가희 씨에게 연락하세요.”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울렸고 임서희는 한숨을 내쉰 뒤 전원을 꺼버렸다.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한밤중, 비몽사몽인 상태로 잠들어 있던 그녀의 귀에 짧고 강렬한 노크가 들렸다.
등과 손이 욱신거려 무시하려 했지만, 노크는 십여 분 넘게 끊이지 않았다.
임서희는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문 외시경을 들여다보자, 문밖 실루엣이 또렷이 잡혔다.
헝클어진 셔츠,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단추 사이로 드러난 쇄골...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인사불성이 된 박도운이었다.
“문 열어!”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은 듯한 순간이었다.
임서희의 몸이 반사적으로 굳어 붙었다.
“박도운 씨, 술 취했으면 별장으로 가세요. 한밤중에 여기까지 와서 무슨 민폐예요?”
임서희는 혹시 이웃이 깰까 봐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지만, 문밖의 박도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임서희, 지금 문 안 열면... 다 부숴버릴 거야.”
그가 평소 무술까지 했던 걸 아는 임서희는 오래된 주택 현관문이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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