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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하지만 이윤이의 양육권은 내가 가져야겠어요.” 박이윤은 임서희와 박도운이 낳은 아이였다. 그 당시 출산 후, 출혈이 심한 탓에 임서희는 자궁을 제거하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자신이 목숨으로 낳은 아이는 꼭 데려가고 싶었다. 임서희의 요구를 박도운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3년 동안, 박도운은 그녀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게 하도록 강요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늘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을 핑계로 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도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양육권 줄게. 하지만 이윤이가 널 따라가겠다고 할까?” 말이 끝나자마자 룸 안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박도운은 임서희를 끌고 나가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가는 길에 그는 전화를 걸어 류가희를 위해 도시 중심에 있는 고급 아파트를 골라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전에 160억이 넘는 목걸이를 류가희에게 선물했지만 그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박이윤은 육아 도우미와 함께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빠.” 박이윤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올 때, 박도운은 양복 외투를 벗고 있었다. 그가 허리를 숙이고 아들을 안아 올렸다. 값비싼 셔츠의 단추가 두 개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섹시한 쇄골과 검은 옥 펜던트가 훤히 드러났다. 무심코 검은 옥 펜던트를 쳐다보던 임서희는 아픈 마음을 다잡으며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오래된 집에도 이것과 똑같은 펜던트가 있었다. 순간, 예전에 박도운이 약속했던 말이 귀에 들려왔다. “꼬맹아, 이거 꼭 가지고 있어. 귀국하면 찾아올게.” 하지만 박도운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임서희가 먼저 그를 찾아왔을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녀의 자리가 없었다. 눈빛이 어두워진 임서희는 생각을 접고 현관 서랍장을 열었다. 한 달 넘게 조립한 로봇을 꺼내 미소를 지으며 박이윤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윤아, 곧 어린이날이야. 이건 네가 가장 좋아하는 트랜스포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이윤은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왜 또 이런 걸 줘요? 쓰레기를 버리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몰라요?” 타악. 잘 조립되었던 로봇이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깨끗한 마루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임서희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 순간 육아 도우미가 급히 다가왔다. “이윤아, 화내지 마. 선생님이 당장 이 블록들을 쓰레기통에 버릴게.”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육아 도우미의 앞에서 박이윤은 교양 있고 예의가 바른 착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조금 전, 임서희에 대한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몸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임서희를 향해 박도운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자신감이야? 이윤이가 널 따라갈 것 같아?” 그녀는 아들이 박도운과 노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육아 도우미는 그녀가 힘들게 조립한 블록을 하나씩 쓰레기통에 버렸다. 갑자기... “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박이윤은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졌다. 임서희는 본능적으로 달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윤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손 아파? 발 아파?” 안색이 어두워진 박이윤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아이의 힘에 임서희는 뒤로 물러나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아줌마, 가까이 오지 말아요.” 아줌마라는 소리가 날카로운 화살처럼 그녀의 마음속 가장 약한 자리에 꽂혔다. 지난 몇 년 동안 박씨 가문에서는 박이윤에게 그녀를 가정부라고 소개했다. 임서희는 멍하니 꿇어앉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화가 난 아이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바닥에 있는 장난감을 잡아 임서희에게 던지려고 했다. “그만해.” 박도운의 튼튼하고 힘찬 손이 아들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얼굴이 굳어진 그는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 겁에 질린 아이는 손을 움츠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빠, 저 아줌마 좀 쫓아내면 안 돼요? 얼굴만 봐도 짜증 나요.” 박도운은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빠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저 아줌마한테 손댈 수 없어. 알았지?” 겨우 세 살이 된 아이는 아빠의 말에 입을 꼭 다물었다. 아이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임서희를 째려보았다. 아줌마가 없었다면 아빠한테 자신이 혼날 일도 없었을 거라고 얘기하는 듯했다. 아들의 눈빛에 임서희의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육아 도우미가 박이윤을 데리고 떠난 뒤, 박도운은 셔츠 소매를 정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윤이한데는 네가 필요하지 않아. 박씨 가문도 네가 필요하지 않고. 주제 파악이 된 사람이라면 진작에 사라졌어야지.” 목이 멘 임서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들한테 이러는 거 미안한 마음 안 들어요?” “뭐? 내가 뭘 어쨌는데?” 당당한 박도운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쏟아냈다. “이윤이한테 일부러 엄마가 없다고 했잖아요. 아이가 어려서부터 엄마의 사랑도 모르고 자라게 하고... 아이한테 날 미워하게 하고... 그걸로 당신이 나한테 복수하는 거예요?” “복수?” 예쁜 눈꼬리를 더욱 깊게 말아 올린 그는 유난히 야박하고 차가워 보였다. “잘 생각해 봐. 내가 왜 너한테 복수하는 건지.” “그 당시 네가 먼저 내 침대에 기어 올라왔어. 기어코 아이를 낳겠다고 했잖아. 임서희, 네가 지금 당한 이 모든 건 다 자업자득이야.” 무정한 그의 말에 임서희는 코끝이 찡해졌다. 임신 3개월 때, 박도운은 20억을 내놓으면서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었다. 의사도 그녀의 건강이 출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지만 임서희는 두 사람의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박이윤을 낳을 때, 출혈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그러나 박도운의 눈에는 이 모든 희생이 그저 그녀가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다. 그는 잘린 자궁을 표본으로 만들어 박물관에 기증했고 출세에 성공한 그녀의 ‘희생’을 기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업자득이란 말이 맞았다. 박도운은 그녀에 대해 미움뿐이었고 이 불행한 결혼 생활에 자신을 끌어들이건 바로 그녀였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어렸고 박도운이 아이를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도운 씨도 빨리 이혼하는 걸 원하잖아요.” 서재로 발걸음을 옮기던 박도운은 임서희의 말을 듣고 뒷모습이 굳어졌다. “빨리 이혼하길 원한다면 이윤이한테 날 다시 소개해 줘요. 내가 가정부가 아니라 엄마라고 말해요. 아이가 날 받아주고 날 따라가게 해줘요.”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무심한 그의 말투에 차가움이 가득했다. “협박하는 거 아니에요. 지난 3년 동안 당신은 내가 아이를 빌미로 이 집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잖아요. 내가 낳은 아이만 데리고 가게 해줘요. 그럼 당신의 인생에서 내 흔적은 깨끗이 사라질 거예요.” “내가 잘못했어요. 억지로 당신 마음을 돌리려고 했던 건 내 잘못이에요. 이번에는 진심으로 이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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