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밤이 되자 임서희는 슬쩍 틈을 봐 집 안에서 가장 잘 떠들고 잘 떠벌리기로 소문난 도우미에게 다가가 일부러 부러운 척 말을 건넸다. “대표님은 정말 류가희 씨한테 잘하시더라고요. 오늘은 직접 웨딩드레스 보러 가셔서 무릎까지 꿇고 신발을 신겨주셨다니까요?” 도우미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혀를 찼다. “그 정도로 뭘 그래. 신영 씨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모르는구나. 대표님께서 류가희 씨를 짝사랑한 지도 14년이야. 류가희 씨가 예전에 얼마나 불쌍했는지 알아?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짐승만도 못한 양부모를 만나 외국으로 팔려 갔다가, 대표님이 데려온 거야. 이 얘기 밖으로 새면 큰일 나. 나도 대표님께서 술 취해서 흘린 얘기를 우연히 들은 거라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임서희의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14년... 보육원... 해외로 팔려 갔던 것까지... 왜 류가희의 과거가 내 기억과 이렇게까지 똑같은 거지?’ 차갑고 서늘한 의심이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류가희가 내 정체를 훔친 건 아닐까?’ 하지만 도우미의 다음 말이 그 생각을 끊어냈다. “이신영 씨, 이제부터 당신은 류가희 씨 개인 경호원이니까 낮에는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따라다녀야 한대. 앞으로는 이 방에서 지내래.” 도우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은 도우미들이 지내는 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은 직원 숙소였다. 임서희는 방을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도우미가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그녀는 서둘러 허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다정하면서도 걱정이 잔뜩 섞인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희야? 이 시간까지 왜 안 돌아와? 무슨 일 있어?” 임서희는 짧게 숨을 고르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도운이 박씨 가문에 저를 붙잡아 놨어요. 도우미 숙소에서 지내래요.” 허준혁은 잠시 잠잠해졌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도운이 널 강제로 잡아뒀다고? 단순히 류가희 경호원 필요해서는 아닐 텐데. 서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