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허 교수님? 그렇게 흥분할 것 없어요.”
박도운이 이성을 되찾은 듯 천천히 일어섰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허준혁을 내려다보며 비웃듯 말했다.
“죽은 사람은 말도 못하잖아요. 그래서 서희 대신 제가 다 받아낼 거예요. 허 교수님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 제가 하나씩 망가뜨릴 거니까요.”
허준혁은 목에 남은 핏자국을 문지르며 창백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박도운...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어.’
그때 ICU 응급실 문이 열리고 침대가 밖으로 밀려 나왔다.
주치의가 다가와 물었다.
“환자 보호자가 누구십니까?”
허준혁이 입을 열려는 순간, 박도운이 먼저 가로막았다.
“여기 보호자는 없어요. 다만 저는 환자의 고용주입니다. 상태가 어떤지 그대로 말하세요.”
의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탄환은 제거됐고 일단 고비는 넘겼습니다. 다만... 몸에 조금 특이한 반응이...”
“무슨 반응이죠?”
박도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의사가 말을 잇기도 전에 허준혁이 앞으로 나섰다.
“의사 선생님, 저는 국가첨단연구센터 1급 수석교수 허준혁입니다. 안에 있는 환자는... 제 여자친구입니다.”
의사의 표정이 굳었다.
‘국가 연구센터... 여자친구... 그럼 신체 정보는 전부 기밀이겠군.’
의사가 곧바로 태도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안정을 취하면 됩니다. 일반 병실로 옮겨 경과를 지켜봅시다.”
곧 간호사들이 침대를 밀고 나왔다.
박도운은 스쳐 지나가듯 침대 위 임서희를 내려다봤다.
방금 들은 단어가 머리를 때렸다.
‘여자친구?’
류가희 때문에 느끼던 미약한 죄책감은 그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도운은 시선을 돌려 허준혁을 똑바로 바라봤다.
“허준혁 씨, 의사와 암호를 주고받는 걸 제가 모를 줄 아셨습니까? 저 사람이 감히 못 하는 말... 직접 조사해서 전부 알아낼 겁니다.”
그의 머릿속에 지나간 장면들이 스쳐 갔다.
‘펜싱대회에서의 압도적인 경기력, 성체 티베탄 마스티프를 맨몸으로 제압한 힘, 10미터 밖에서 날아오는 총알보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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