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박도운은 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얼굴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
‘임서희가 만약 살아 있다면... 장례식을 치렀을 때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작년에 이윤이가 위중해서 중환자실에 실려 갔을 때도 왜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은 걸까? 설마 정말로 가짜 죽음을 꾸며놓고 이윤이마저 버린 건가?’
의심이 깊어질수록 박도운의 표정은 더 험악하게 굳어갔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는 반드시 끝까지 파헤칠 생각이었다.
박도운은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옮겨 침대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웃었다.
“허 교수님이랑 방금 여행 약속 잡아놓고 바로 또 나한테 매달려?”
얼굴부터 목까지 거즈로 감겨 있는 임서희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만약 대표님이 일주일 뒤의 결혼식을 취소하고 저한테 박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주겠다고 하시면 저는 주저 없이 대표님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표님은 그런 약속을 못 해 주시잖아요. 그러니 저 같은 여자는 흔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죠.”
박도운은 그녀가 또다시 일부러 자신의 감정을 흔들어놓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이번엔 빙빙 돌지 않고 바로 행동했다.
박도운은 길고 단단한 손가락으로 두툼한 거즈에 쌓인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서희는 죽지 않았고 너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태도까지 따라 하게 해서 나한테 접근시켰지. 맞아?”
그의 서늘한 눈빛에 임서희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그녀는 금방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대표님, 제 얼굴이 회복되면 그때 모든 걸 말씀드리기로 약속했잖아요.”
“하.”
그는 목소리를 더 낮게 깔았다.
“네 대답이 가치가 있길 기도해. 도하시에서 날 가지고 논 사람들은 오래 못 살거든.”
그것은 협박이었다.
그때 문틈 사이로 누군가가 방 안을 엿보는 게 보였는데 임서희는 류가희가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속으로 비웃고는 곧바로 묶이지 않은 한 손을 들어 박도운의 손등에 살짝 올렸다.
임서희의 손이 닿자 박도운은 몸이 굳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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