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류가희는 입을 꾹 다물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박도운은 그녀의 앞으로 나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희야, 너는 이윤이를 학교에 데려다줘.”
류가희는 머뭇거리며 눈치를 봤다.
“그렇지만 도운 씨, 이윤이가 어제 이신영 씨한테 약을 쏟아서 다치게 했잖아요. 그래서 오늘 꼭 이신영 씨의 얼굴이 괜찮은지 보고 가겠대요. 그래야 안심할 것 같대요.”
박이윤도 잽싸게 맞장구쳤다.
“맞아요, 아빠! 그 썩... 그 경호원의 얼굴이 어떤지 보고 갈래요.”
박도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때 박충수도 재촉하듯 말했다.
“도운아, 나도 오늘 그날 본가에서 내가 서희로 착각했던 그 여자 경호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겠어. 그 여자가 안 나오면 난 절대 안 갈 거야!”
박도운은 짜증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결국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도우미에게 명령했다.
“이신영 씨더러 나오라고 해.”
임서희는 그 말이 들리자마자 재빨리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다가오자 그녀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녀의 얼굴과 목에 여전히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임서희가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서 일어나던 박충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얘야, 며칠 안 본 사이에... 얼굴이 왜 이렇게 됐어?”
임서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도운이 먼저 태연하게 말을 던졌다.
“이윤이가 실수로 뜨거운 물이 든 대야를 넘어뜨렸는데 이신영 씨의 얼굴에 물이 튀면서 다쳤어요. 지금 치료하고 있어요.”
그의 빠른 변명에 임서희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박 대표님의 말씀이 맞아요. 키가 1미터 조금 넘는 아이가 실수로 제 얼굴에 뜨거운 물을 쏟았다니요. 키가 작은 제 탓이죠.”
그 말에 박도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박충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이윤아, 정말 실수였어? 증조할아버지한테 솔직하게 말해 줘.”
“저... 그게...”
박이윤은 류가희 쪽을 흘긋 보았다. 그 눈빛만으로도 박충수는 노련하게 모든 걸 눈치챘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그의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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