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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임서희...”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는 박도운의 목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다. 그가 임서희의 귀에 대고 거칠게 입을 열었다. “지하실에서 죽게 두지 않을 거야. 말했지. 네가 이 집에 있는 한 죽는 방법은 딱 한 가지라고. 내 밑에서 죽는 거...” 별장 밖에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높이 걸려 있었고 별장 안의 공기는 숨 막힐 듯 뜨거워졌다. 4시간 후, 박도운은 별장을 나섰다. 침대에 누워 있는 임서희는 부서진 인형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몸 구석구석 성한 곳이 없이 온몸에 그가 남긴 흔적들로 가득했다. 통증이 안에서부터 밖으로 천천히 퍼져 나왔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려 퍼졌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허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4일 남았어. 지금이라도 지원자를 찾아도 돼.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임서희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후회 안 해요.” “괜찮아? 목소리가 왜 이렇게 허약해?” “괜찮아요.” 마지막 4일 동안 그녀는 박도운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다. 전화를 끊은 뒤, 임서희는 저녁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둥둥!” 한밤중에 난폭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임서희는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과 바지를 챙겨 입었다. 그한테 심하게 학대받았던 몸을 꼭 감싸기 위해서였다. 문을 열자마자 경호원들이 그녀의 방으로 뛰어 들었고 두 명은 가방을 뒤지고 다른 두 명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임서희를 붙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사모님, 죄송합니다. 대표님의 지시예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임서희는 경호원에게 잡혀 나갔다. 지하 경매장, 박도운은 소파에 앉아 불안한 얼굴을 한 채 다리를 떨고 있는 임서희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뭐야? 고작 여섯 번에 똑바로 서지도 못해?” 다음 순간, 그가 차가운 의자에 그녀를 세게 밀쳤다. 통증이 채 가시지 않은 곳에서 순식간에 매서운 통증이 몰려와 숨이 멎었다. “여긴 왜 데려온 거예요? 당신이 바람피우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하는 거예요?” 임서희의 시선이 그의 품에 안겨있는 류가희에게 떨어졌다.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박 대표님이 저희 마을에 200억을 기부하셨어요. 전 저희 마을의 유일한 대학생으로서 박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온 거예요.” “류가희. 넌 내가 데려온 사람이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어.” 박도운이 류가희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임서희의 목에 있는 붉은 자국들을 쳐다보며 그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임서희, 똑바로 봐.” 말이 떨어지자마자 불빛이 갑자기 밝아졌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펴 퍼지고 경매가 시작되었다. “경매회에 오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첫 번째 경매품은 호렌 그룹 대표님과 사모님의 결혼반지입니다. 경매 시작가는 200원입니다.” 그 말에 임서희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대형 스크린에서 확대된 다이아몬드 반지를 똑똑히 본 후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정말 그녀와 박도운의 결혼반지였다. “400원.” “2천 원.” “2만 원.” 현장에는 고소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저렴한 물건을 낚아채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좋은 구경거리에 흥미진진한 모습이었다. 이건 100억이 넘는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박도운은 결혼반지를 경매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하게 된 결혼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임서희를 모욕하고 있는 것이었다. 임서희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3년 전, 박도운이 직접 그녀에게 이 결혼반지를 끼워줬을 때 그녀는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득 품고 있었다. 하늘에 감사해하며 그토록 바라던 행복을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결혼반지가 헐값으로 경매에 부쳐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모욕하는 걸 그냥 내버려두었다. 심장이 찢어지듯 아팠다. “박 대표님, 반지가 너무 예뻐요.” 류가희의 말에 박도운은 번호판을 들었다. “라이트.” 순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박 대표님이 라이트라고 했어.” ‘라이트’는 경매품의 최고 낙찰가가 얼마가 됐든 사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라이트라고 외친 이상 값을 더 부를 사람은 없었다. 그건 박씨 가문과 맞서는 일이니까. 잠시 후, 의자에 앉아 있던 임서희는 박도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네가 좋으면 다 사줄게.”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박도운은 경매 형식으로 그들의 결혼반지를 류가희에게 전해주었다. 곧이어 두 번째 경매품이 나타났고 그건 두 사람이 결혼할 때 박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준 예물이었다. 박도운은 또다시 우아하게 번호판을 들었다. “라이트.”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임서희의 액세서리들은 모두 류가희에게 넘겨졌다. 그는 임서희를 빈털터리로 만들 생각이었다. 경매가 끝난 후, 사회자는 감격스러운 인사말을 전했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된 금액은 모두 좋은 곳에 기부하게 될 것입니다. 임서희 사모님께서 아낌없이 소장품들을 내주신 것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임서희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임서희는 두 눈에 빛이 사라졌다. 12년 동안 사랑한 남자가 이런 사람이라니... 3년동안 애써 지켜온 결혼 생활이 이렇게 허무하다니... 박도운은 얼굴이 굳어진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쉽군. 어제 할아버지한테 순순히 이혼 얘기를 꺼냈다면 이 모든 것은 다 네 것이었을 텐데.” “지금 이혼하면 넌 빈털터리야.”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가 한 모든 행동은 이혼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서희가 곧 떠날 거라는 걸 박도운은 알지 못했다. 이 결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떼어놓는 걸 보면서 임서희는 이젠 담담해졌다. ‘당신의 무관심과 무정함이 이젠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 당신한테 미련도 감정도 없어요.’ “이제 끝났어요? 이만 가도 되겠죠?” 임서희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 붙잡고 있는 사람 있어?”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경호원에게 붙잡혀온 그녀는 지금 핸드폰도 현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난처함을 알아차린 듯 박도운이 피식 웃었다. “3년 동안 부잣집 사모님으로 살더니 그렇게 나약해졌어? 30킬로밖에 안 되는 거리잖아. 차가 없으면 걸어가면 될 거 아니야?” “걷지 못하겠으면 방법 하나 가르쳐 줄게. 발가벗고 길가에 서 있어. 착한 사람이 널 태워줄지도 모르니까.” 주위에서 들려오는 비아냥소리를 들으며 임서희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얼굴빛은 하얗게 질린 지 오래되었다. 그를 벗어날 수 있다면 밤새 길을 걸어도 상관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임서희는 지친 다리를 질질 끌며 돌아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짐승에게 살갗이 찢긴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를 떠나는 이 길을 그녀는 여전히 굳건하게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임서희... 실험까지 4일밖에 남지 않았어.”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앞으로 가. 뒤돌아보지 말자. 영원히 뒤돌아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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