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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박이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던 경호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은 지하실에 있습니다.” “뭐? 지하실?” 박도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하실은 산소가 부족한 곳이었다. 그는 아이를 나무랄 새도 없이 계단 아래에 있는 지하실 입구로 달려가 지하실 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밑에서 뿜어져 나왔다. “임서희.” 임서희는 이미 쓰러져있었고 온몸이 차갑게 굳어있었다. 지하실에서 그녀를 안고 나온 그가 급히 소리쳤다. “당장 의사 불러.” “임서희. 정신 차려. 이대로 죽으면 안 돼.” 긴장과 당황이 가득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귓가에 들렸을 때,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인데 어떻게 걱정이 되겠는가? 그러나 꿈이 곧 그녀의 의식을 삼켜버렸다. ‘또 꿈이였구나...’ 임서희가 다시 깨어냈을 때, 그녀는 침실의 큰 침대에 누워 있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래층에서 갑자기 박이윤의 맑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엄마. 저 오늘 엄청 즐거워요. 감사합니다.” 엄마라는 소리에 정신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고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에 도착하니 눈에 띄는 것은 오색찬란한 풍선과 등불들이었다. 벽에는 화려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윤아, 어린이날 축하해.] 시끌벅적한 식탁 위, 박이윤은 류가희의 품에 앉아 있었고 왕관을 쓴 채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내려왔어?” 차가운 박도운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임서희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 “도운 씨,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어린이날 축하해주고 있잖아. 보고도 몰라?” 식탁 의자에 앉아 그녀를 힐끗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박도운의 말을 듣고 임서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를 더욱 숨쉬기 힘들게 만든 건 아이의 말이었다. “아빠, 엄마. 아줌마는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리 같이 촛불 불어요.” “그래.” 류가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두 사람...” 가슴이 찢어진 임서희는 힘없이 몸을 지탱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이윤이한테 아무 여자나 엄마라고 부르게 해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임서희의 얼굴을 보고 박도운은 목구멍이 꽉 막혀 버렸다. 테이블 밑에 있는 주먹을 살며시 움켜쥐던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류가희는 명문 대학의 학생이야. 순수하고 정직하고 너 같이 아이를 내세워 팔자 한번 고치려는 친엄마보다 훨씬 나아.” 그런 말을 듣고도 임서희는 화를 내기는커녕 박이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윤아, 들었지? 아빠 말 들었지? 아빠가 인정했어. 내가 네 친엄마라고.” 임서희는 무의식적으로 박이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순간, 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요.” 발걸음을 멈춘 임서희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아들을 쳐다보았다. “이윤아, 내가 네 엄마야.” “난 싫어요. 아줌마가 내 엄마인 게 싫어요.” 싸늘한 말이 그녀의 심장에 꽂혔다.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작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어젯밤, 아빠한테서 친엄마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아줌마 행세를 하면서 나한테 무관심한 엄마는 싫어요. 가희 선생님만 엄마로 생각할 거예요. 오늘은 어린이날이니까 아줌마는 당장 나가요.” “이윤아, 엄마는 너한테 무관심한 적 없어. 엄마는...” 코끝이 찡해진 임서희는 괴로운 마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엄마는 이윤이를 사랑해. 말 못 할 사정 때문에 이윤이의 엄마로 살지 못한 거야.” “난 아줌마 싫어요. 아줌마가 내 엄마인 게 싫어요.” 아이는 박도운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빠, 오늘은 어린이날이니까 제 마음대로 하게 해줘요. 아줌마한테 나가라고 해요. 가희 엄마가 또 아줌마 때문에 가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임서희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녀는 힘들게 박도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여전히 의자에 꼿꼿이 안자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똑똑히 봤지? 어젯밤에 두 시간 동안 이윤이한테 널 소개했어. 그런데 널 받아들이지 않았어. 임서희... 이젠 네 처지가 어떤지 똑똑히 알겠지?” 임서희는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날 뭐라고 하면서 소개했어요? 나한테 복수하려고 아이 앞에서 날 헐뜯은 거죠? 당신 정말...” 뻔뻔하고 비열한 인간. 하마터면 욕설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12년 전, 자신을 구해준 남자의 얼굴을 보니 차마 욕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그 순간, 박도운이 케이크를 아이 앞에 가져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박이윤, 싫은 사람은 그냥 못 본 척해. 촛불 끄자.” 고개를 끄덕이던 박이윤은 류가희를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엄마, 우리 같이 불어요.” “그래, 이윤아.” 임서희의 앞에서 류가희는 다정하게 아이를 안아주었다. 촛불을 끄자 축하 노래가 울려 나왔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임서희는 심장이 칼에 맞은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왜요?” 그녀는 울먹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당신 정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아들한테 다른 엄마까지 찾아주면서 날 괴롭히고 싶어요? 내가 그렇게 싫었으면 그냥 지하실에서 죽게 내버려두죠. 왜 날 구해준 거예요?” “아쉽네요. 어젯밤에 지하실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죽음이라는 말에 박도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가 류가희에게 한도가 없는 카드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윤이 데리고 나가서 놀아. 사고 싶으면 거 있으면 사고.” “네.” 떠나기 전, 류가희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임서희를 쳐다보고는 박이윤을 끌고 집을 나섰다. 경호원과 하인들도 모두 박도운에게 쫓겨났고 식탁에는 박도운과 임서희만 남게 되었다. 물티슈로 손을 닦던 박도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서희를 향해 다가갔고 그의 얼굴은 온기조차 없이 차가웠다. “죽고 싶어? 네 뜻대로 해줄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임서희를 세게 잡아당겼다. 몸에 걸친 잠옷은 따뜻함 없는 큰 손에 의해 세게 찢어졌다. 예전에는 늘 그녀가 먼저 그를 유혹하고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썼다. 그럴 때마다 박도운은 임서희의 꼬드김에 화를 내며 분풀이를 했었다. 박도운은 그녀를 거칠게 계단으로 밀쳤다. 엄청난 통증에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언제라도 그의 힘에 의해 계단이 부러질 것 같았다. 흐느끼는 그녀의 목소리가 별장 안에 울려 퍼졌다. “도운 씨...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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