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박도운이 막 임서희를 안아 올리려 했지만 임서희가 힘없는 목소리로 제지했다. “급할 거 없어요... 이제 괜찮아요...” 임서희의 목소리는 한없이 약했고 말을 끝내자 품에 안고 있던 뭔가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며 덧붙였다. “시한폭탄은 제가 해체했어요.” 목소리는 작았지만 멀찍이 있던 류가희의 귀에는 또렷하게 박혔다. 류가희는 속으로 이 여자 목숨이 왜 이렇게 질기냐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박도운은 임서희의 말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윽한 시선이 오래도록 임서희에게 꽂혀 있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임서희는 갑자기 류가희와 박이윤이 떠올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표님이 관심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알아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됐어.” 박도운이 임서희의 말을 툭 끊었다. “지금 그 상태로는 말할 필요 없어. 우선 호텔에 가서 몸에 묻은 더러운 것부터 씻어. 다른 건... 내가 알아서 마무리할게.” 박도운 역시 옷이 엉망이었고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다른 데 마음이 갈 리 없었다. 게다가 조금 떨어진 곳의 박이윤도 진흙투성이가 된 몸을 당장 씻어내야 했다. 임서희는 목까지 차올랐던 말을 억누르고 박도운의 품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30분 후, 임서희는 유치원에서 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에서 찬물로 샤워하고 있었다. 몸속의 뜨거운 열기는 가라앉았지만 팔과 다리는 여전히 힘이 풀린 듯했다. 임서희는 혹시 슈퍼칩의 부작용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문밖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임서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박도운이 보내준 옷으로 황급히 갈아입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임서희는 박도운이 잡아 둔 호텔 888호 비즈니스 스위트룸으로 걸어갔다. 안에는 류가희, 박이윤, 그리고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유치원 원장과 관리자들이 이미 와 있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박이윤은 불안하고 어색한 듯 류가희의 품에 웅크려 앉아 있었고 당황한 시선은 끝내 임서희와 마주치지 않았다. 그때, 침실 문이 열리고 박도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