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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쿵쿵. 둔탁한 충돌 소리가 종소리처럼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임서희는 계속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고 이마의 살갗이 찢어지고 따뜻한 피가 차가운 눈물과 섞여 그녀의 시선을 가리고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격렬한 어지럼증이 밀려왔고 고개를 들 때마다 힘이 들었지만 그녀를 지탱하게 한 것은 가슴 졸이는 아들의 울음소리였다. 백 번 절을 한 후, 임서희는 온 힘을 다해 핸드폰을 다시 잡았다. 입술은 하도 깨물어서 다 터졌고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강인했다. “백 번 절을 했어요. 도운 씨...” “정말 죄송해요, 사모님.” 류가희의 목소리는 임서희가 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까지 무너뜨렸다. “박 대표님은 집에 안 가겠다고 하네요.” 뚝. 전화가 무정하게 끊겨버렸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귓가에는 가슴을 찢는 박이윤의 울음소리만 남았다. “아빠. 흑흑... 아빠.” “도운 씨, 당신 이러면 안 돼요...” 얼굴에는 핏물과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끈질기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기계 소리뿐이었다. 남아 있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듯했다. 눈앞이 캄캄해진 임서희는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 그녀는 따뜻한 품에 안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귓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서희... 얌전히 떠나. 날 지독한 인간으로 만들지 말고...” 낮은 목소리는 12년 전의 박도운을 닮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악몽에 휘말렸다. 꿈속에서 아들의 울음소리가 가시덤불처럼 그녀를 옭아맸다. “엄마 싫어요. 아빠한테 갈래요.” 박도운은 싸늘하게 한마디만 계속 반복했다. “임서희, 이혼해.” 그녀의 마음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졌다. 다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마에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다. 누가 붕대를 감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통증도 느끼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손으로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아이의 방으로 걸어갔다. 방 앞에 도착하자마자 박도운의 익숙한 목소리가 문틈에서 흘러나왔다. “박이윤, 천둥은 별거 아니야. 용감해야 해. 알았지?”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결국 박도운은 집으로 돌아왔다. 가엾을 정도로 희미한 빛이 그녀의 고요한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빠.” 박이윤이 쉰 목소리로 잔인하게 말했다. “제발 아줌마를 집에서 쫓아내세요.” 한 글자 한 글자가 이제 막 숨을 쉴 수 있었던 그녀의 목을 찔렀고 목구멍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과거의 노력과 인내 그리고 끈기가 이 순간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문밖에 서 있던 임서희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은 가장 무기력한 순간에도 여전히 그녀의 관심을 단호히 거절했다. 목숨 걸고 낳은 아들인데 무정한 아들의 모습에 그녀는 마지막 한 줄기의 빛마저 잃어버렸다. 자기 것이 아닌 것들을 탐낸 그녀의 잘못이었다. 박도운을 욕심내지 말아야 했고 아들의 양육권을 욕심내지 말아야 했다. 이 숨 막히는 모든 것을 이젠 그냥 뒤로 한 채 다 잊고 싶었다. 넋이 나간 채로 임서희는 힘겹게 발걸음을 돌렸다. 아이의 방 밖에 남은 것은 차가운 공기와 완전히 죽은 그녀의 마음뿐이었다. 박도운이 임서희의 방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문을 등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혼이 나간 산송장 같았다. 발 아래에는 반쯤 낡은 캐리어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몇 벌의 옷만 들어 있었다. 이 큰 별장에서 얼마 안 되는 그녀의 물건들이었다. “7시 30분인데 아침은 왜 안 했어? 뭐야? 이젠 안주인 자리가 싫증 난 거야?” 박도운은 그녀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개를 돌린 임서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차가움이 아니라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난 뒤의 공허함이었다. “가정부 구해요.” 말을 하면서 임서희는 캐리어를 닫은 뒤, 캐리어를 끌고 곧장 문으로 향했다. 입구의 큰 그림자와 스치는 순간, 큰 손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가정부라니? 네가 있는데 뭔 가정부야? 빵을 만들고 우유를 만드는데 너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겠어? 안 그래? 임서희 아줌마.” 박도운의 말에 임서희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빵을 좋아한다는 말에 그녀는 3개월 동안 빵을 만드는 연습을 했고 그 맛을 내기 위해 수없이 손가락을 데었다. 또한 아이는 깔끔한 산양유만 마셨기 때문에 그녀는 매일 아침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산양유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산양유의 정제 기술까지 배웠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녀의 희생에 대해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임서희는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3일 후면 뇌에 슈퍼칩을 이식하게 될 것이다. 작별을 잘 고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이 마지막 3일도 무거운 감옥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 임서희는 그에게 노트 하나를 건네주었다. “빵과 우유를 만드는 법을 적어두었어요. 새로운 가정부가 오면 전해줘요.” 노트를 건네받고 박도운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나도 이윤이도 너 필요 없어. 이 집에서 넌 가정부가 되는 것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야. 가정부를 그만두고 싶다면 이혼해.” “그래요. 이혼해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박도운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나 이내 눈빛이 차가워졌다. “더 이상 네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네가 직접 할아버지께 말씀드려.” 할아버지도 조만간 이 사실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 임서희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후에 할아버지를 뵈러 갈 거예요.” “이혼 후, 이윤이의 양육권은 내가 가져. 넌 이윤이와 이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야. 얼굴 볼 생각도 하지 마.” 말을 마친 그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임서희의 용서를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다. 그녀의 얼굴에 슬픔이 차올랐고 귓가에는 박이윤이 방에서 했던 말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무정한 두 부자 때문에 임서희는 거리낌 없이 그들을 떠날 수 있었다. 임서희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그동안 내 노력이 얼마나 헛수고였는지. 그러나 내가 원해서 한 일이니 후회는 없어요.” “이혼 합의서는 변호사한테 작성하라고 해요. 내일 법원 가서 이혼 신고해요.” “당신 소원대로 맨몸으로 나갈게요. 이윤이와 모자 관계도 끊을 거고요. 이젠 박도운 당신과 인연을 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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