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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할머니는 내가 열 살 무렵 세상을 떠나셨고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병원 침대 위에서, 임종 직전 할머니는 내게 이 옥팔찌 한 쌍을 쥐여주셨다. “안안아, 할머니가 너한테 줄 건 이거밖에 없구나. 젊어서부터 내 손목에 있던 거야.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혼수로 가져가렴.” 나는 목이 메어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순간, 연승훈이 낮게 말했다. “지안아, 가지 마. 우리 그냥 잘 지내자.” 나는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잘 지내긴 뭘 잘 지낸다는 거야? 네가 할머니 사진을 찢어버렸잖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움켜쥐었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진슬기가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연승훈, 지금 뭐 하는 거야?” 그 틈을 타 나는 그의 손에서 옥팔찌를 낚아챘다. 도망치려는데 진슬기가 길을 막았다. “못 나가.” 진슬기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팔찌로 꽂혔고 그 순간 눈빛 속에는 탐욕이 번쩍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찌를 등 뒤로 감췄다. “비켜!” 나는 목이 갈라진 채로 으르렁거리자 진슬기는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았고 손을 뻗어 내 것을 빼앗으려 했다. 나도 미친 듯이 팔을 휘둘렀다. “이건 네 거 아니야!” 진슬기가 나를 밀쳤고 순간 나는 그녀의 손목을 거세게 물어버렸다. “으악!” 그러자 비명을 지르며 진슬기는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누군가가 호되게 내 뺨을 때렸다. “짝!” 그러자 나는 얼굴이 타오르듯 아팠고 입안에선 쇠 맛이 퍼졌고 진슬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연승훈 품으로 달려들었다. “유지안이 날 물었어. 승훈아, 난 그저 네 물건을 되찾으려 했을 뿐이야.” 나는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는 걸 느끼며 위에서 내려다보는 연승훈을 노려봤다. “네가... 지금 날 때렸어?” 그는 한동안 자기 손바닥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내뱉었다. “지안아, 사과해.” “사과?” 나는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며 비웃었다. “이건 할머니 유품이야! 진슬기가 뭔데... 감히 내 걸 뺏어?” “넌 진슬기를 다치게 했어.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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