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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할머니의 옥팔찌가 그의 손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리자 나는 가슴 한가운데가 보이지 않는 칼로 천천히 베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서서히 무릎을 꿇었고 옆에서 진슬기가 비아냥거렸다. “어휴, 참 효녀네.” 그리고 연승훈을 향해 혀를 찼다. “승훈아, 봐봐. 얘가 너랑 이혼하려고 별짓을 다 하네.” 그 순간, 연승훈이 번개처럼 진슬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기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 진슬기는 놀라 몸을 움찔했고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했지만 연승훈의 안색이 심상치 않자 감히 울지도 못하고 대신 나를 위아래로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나는 진슬기의 시선을 무시한 채, 천천히 한 걸음씩 무릎으로 기어 방 밖으로 나갔다. 밑에는 평당 400만 원짜리 푹신한 양털 카펫이 깔려 있었지만 내 무릎엔 마치 유리 조각이 깔린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아팠다. 정말 아팠다.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유품은 꼭 지켜야 했다. 할머니의 유품은 반드시 나와 함께 있어야 했다.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서 카펫에 뚝뚝 떨어졌다. 닦아도 닦이지 않아서 나는 아예 닦는 걸 포기하고 오로지 기어 나가는 데 집중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나는 마치 평생을 기어가는 듯했다. 드디어 방 밖으로 나왔다. 나는 곧게 허리를 펴고 연승훈을 바라봤다. “할머니 물건은 이제 돌려줄래?” 내가 손을 내밀자 연승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넌 정말 이 집을 나가려고 무릎을 꿇은 거야?” 나는 똑같이 되물었다. “할머니 유품... 이제 돌려줘.” 그의 손에 남은 마지막 옥팔찌를 바라봤다. 아까 한쪽은 그저 몇 조각의 파편만 주워 왔을 뿐이기에 이건 절대로 잃을 수 없었다. 나는 오늘 이곳에 온 걸 깊이 후회했고 사실 좀 더 조심해서 할머니 유품을 빼 와야 했다. ‘왜 그걸 생각 못 했을까.’ 그 순간 연승훈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인 양 나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돌려줘.” 나는 다시 재촉했다. “아니면 내가 너한테 절이라도 할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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