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그 말에 나는 더는 참기 힘들어 뒤돌아보며 차갑게 비꼬았다.
“제가 안 어울린다고요? 그럼 민지 씨는 어울린다는 거예요? 사실 민지 씨의 속마음은 뻔해요. 고씨 집안에 시집가는 게 꿈이죠?”
내 말에 김민지의 숨겨둔 속내가 드러나자 그녀의 얼굴이 확 굳으며 부끄럼이 분노로 변했다.
“천박한 여자 같으니라고... 유지안 씨는 세상 모든 여자가 다 지안 씨처럼 뻔뻔한 줄 알아요?”
나는 머리가 여전히 깨질 듯 아프고 가슴도 답답했고 다시는 이런 사람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김민지는 집요하게 팔을 잡아끌었다.
“안 돼요. 가지 마요. 아까 한 말을 제대로 설명해!”
그녀의 손에 팔이 당겨져 나는 중심이 흐트러졌고 순간 치마가 아래로 확 당겨졌다.
하얀 어깨가 햇볕에 그대로 드러나자 나는 서둘러 옷깃을 끌어 올렸다.
“뭐 하는 거야!”
나는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가 날카로워졌고 그제야 김민지가 움찔했다.
지난번 나를 살짝 밀쳤다가 고씨 집안에서 쫓겨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듯 이번에는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
“오. 여기 웬 성격이 화끈한 미녀가 있네. 얼굴이랑 귀까지 붉어진 게 참 내 취향인데.”
등 뒤에서 느릿하고도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햇볕 아래 드러누워 게으르게 눈을 반쯤 감고 있는 표범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거실 입구 쪽에서 길고 날렵한 실루엣이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역광 때문에 얼굴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이 부드러운 빛에 감싸인 듯했다.
그는 연한 회색의 캐주얼 슈트 재킷에 눈처럼 하얀 슈트 팬츠를 입고 있었다. 셔츠는 위쪽 단추 두세 개가 풀려 있었고 가느다란 회색 실크 넥타이는 매지도 않은 채 목에 걸쳐져 있었다.
몸 전체에서 묘하게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흘렀고 점점 가까워지자 그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
잘생겼다.
아니,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의 이목구비는 깊고 또렷했고 마치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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