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고민욱이 바짝 다가오자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나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혹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 같았다. 이 사람이 그 기세를 제대로 발휘하면 버틸 수 있는 여자가 몇이나 없을 것이다. 나는 살짝 물러서며 말했다. “고민욱 씨, 오해하셨어요. 저는 우빈 오빠의 여자가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는 건 내 18세 때의 기억 속에서도 처음이라 얼굴이 순간 뜨겁게 달아올랐다. 게다가 이렇게 능청스럽게 말 잘하고 얼굴까지 완벽한 꽃미남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수는 나에게는 없는 것 같았다. 고민욱도 그걸 알아챈 듯했고 일부러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숨을 불어넣었다. “형의 여자가 아니라면... 내 여자가 되면 어때?” 따뜻한 숨결이 닿자 몸이 움찔했고 나는 급히 두 걸음 물러섰고 얼굴이 피가 뚝뚝 떨어질 만큼 달아오른 게 느껴졌다. “고민욱 씨, 예의를 좀 지켜주세요. 저... 남자 친구 사귀러 온 거 아니에요.” 그리고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 “제 이름이 유지안인 건 아시죠? 그럼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아실 텐데요.” 그가 짧게 대답하며 더 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들어본 적 있어. 유일 그룹의 제멋대로인 딸... 맞지?” 고민욱은 목소리가 듣기 좋고 리듬감도 있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결코 기분 좋은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넌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더라. 뭐... 나도 좋은 소문이 없긴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보면 우리 꽤 잘 어울리지 않아?” 내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 “고민욱 씨,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의를 지켜주세요.” 그가 가볍게 웃었다. “화났어? 화 풀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더는 이런 사람이 옆에 붙어 있는 게 싫었기에 나는 곧장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닫으려는 문이 가볍게 막혔다. 고민욱이 명함 한 장을 손끝에 끼운 채 윙크를 했다. “여기에 내 개인 번호랑 카톡 아이디 있어. 유지안, 영광이라 생각하고 추가해 줄래?” ‘이 사람이 미쳤나!’ 나는 냉정하게 그를 밀어내고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