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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어디서 감히 말대꾸야

“주민우.” 생각보다 순조롭게 일이 풀리자 서아린은 어안이 벙벙한 나머지 그를 불렀다. 주민우는 고개를 돌리더니 휴대폰을 치우고 말했다. “또 볼 일 있어?” 서아린은 입을 열려는 순간, 주민우와 심유라의 불륜 관계가 문득 떠올랐다. 말 못 할 사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아직 그녀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괜히 이혼 얘기를 꺼냈다가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거나 심지어 합의서 자체가 무효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해득실을 저울질한 후 그녀는 다른 기회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아니야, 일 봐.” 주민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침실을 나섰다. 서아린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 이내 장미꽃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녀는 이혼합의서를 챙기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래층에 내려오자 주민우의 어머니, 진선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하지? 계속 안 먹으면 영양이 부족해서 아기가 잘 자라지 못할 텐데.” 서아린은 무시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진선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거기 서. 유라가 요즘 입맛이 없어서 네가 만든 전복죽 먹고 싶대. 지금 당장 가서 만들어 와.” 진선희는 항상 손주를 바라고 있었다. 서아린이 시집온 날부터 두 며느리 중 누가 먼저 후손을 낳을지에 따라 주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넘기겠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심유라가 먼저 임신했고, 큰아들이 사고로 돌아가면서 그녀의 배 속 아이는 주씨 가문의 유일한 후손이 되었다. 진선희는 자연스럽게 모든 신경을 심유라에게 집중했다. 6개월 동안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자칫 문제라도 생길까 봐 노심초사했다. 주민우가 심유라와 함께 산부인과에 가는 것도 사실 진선희가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그녀는 3년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게다가 서씨 가문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진선희의 불만은 나날이 커졌고 말투도 점점 더 거칠고 비꼬는 듯했다. 심유라는 입덧이 너무 심해 뭘 먹어도 입맛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그녀가 만든 전복죽만 좋아했다. 진선희는 이를 보고 하루가 멀다고 전복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당시 주민우의 형이 막 돌아간 상황이라 심유라가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마치 그녀를 가사 도우미처럼 여겼다. 이제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었다. 서아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오늘 바빠요.” 생각지 못한 상황에 진선희는 다소 당황했다. 서아린은 시집온 이후로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든 다 들어줬고, 단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었다. 이제는 간이 부어서 거절할 줄도 알다니. 진선희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집에 시집와서 3년 동안 푸대접당한 적이 없잖아? 그런데 지금 전복죽 한 그릇도 못 만들겠다는 거니? 서아린, 똑똑히 들어. 주씨 가문은 놀고먹는 사람 안 키워. 민우도 널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데려온 거 아니야.” 서아린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서씨 가문이 몰락한 후, 그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회사에 다니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 그 덕분에 서강 그룹도 조금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진선희는 주씨 가문에 시집온 며느리가 현모양처이길 원했다. 오로지 집안을 위해 헌신하라는 요구만 없었더라도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하고 나서는 모든 신경을 주민우와 주원 그룹에 쏟아붓지 않았을 것이다. 진선희는 그동안 서씨 가문을 도와준 것만 기억하고 그녀가 주민우와 주씨 가문, 주원 그룹을 위해 해온 노력과 기여는 가뿐히 무시했다. 결국에는 ‘허수아비’취급이나 받다니.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왔다.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 아버지를 도와 서씨 가문의 산업을 재건하기로 했다. 잠깐 한눈판 사이 진선희가 이미 그녀의 앞에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는 마치 거절이라도 하면 바로 따귀를 날릴 것 같았다. “멍하니 서서 뭐 해? 얼른 가서 만들어. 유라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민우한테 서씨 가문 자금 끊어버리라고 할 거야.” “마음대로 하세요.”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서아린은 뒤돌아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 진선희는 흠칫 놀랐다. 서아린이 감히 그녀를 거절하다니? 진선희는 즉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호통쳤다. “민우가 평소 너한테 너무 오냐오냐했나 본데? 어디서 감히 말대꾸야!” “무슨 일이죠?”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왔다. 진선희가 고개를 들었다. 이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주민우를 보자 대뜸 서아린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넌 대체 어디서 저런 여자를 데려온 거야? 이제 시어머니도 안중에 없고. 계속 그렇게 방임하다가 언젠가는 나한테 손찌검이라도 하겠네.” 진선희의 불평에 주민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서아린은 시어머니의 ‘도둑이 제 발 저린’ 태도보다는 주민우의 냉담한 시선이 더 마음 아팠다. 완전히 그녀의 잘못으로 확신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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