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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아내를 이렇게 돌보는 거야?

그때, 심유라가 화장실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민우 씨, 다 내 탓이에요. 괜히 전복죽 먹고 싶다고 해서... 아린이 잘못 아니에요.” 방금 토한 듯 얼굴은 창백했고, 나긋한 목소리와 바람이 불면 쓰러질 듯한 모습은 보은 이로 하여금 안쓰럽게 했다. 그에 비해 서아린은 더욱 밉살스럽게 보였다. 비로소 진짜 배우라는 게 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주민우가 심유라에게 푹 빠진 것도 모자라 진선희는 그녀를 여왕처럼 대우했다. 심지어 자신도 그동안 심유라의 가짜 모습을 믿고 감쪽같이 속지 않았는가. 진선희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유라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럴수록 서아린만 점점 더 버릇없어져.” 예전엔 이런 말을 들으면 서아린은 며칠 동안 속상했겠지만 지금은 이상할 만큼 마음이 차분했다. 이내 깊게 숨을 들이쉬고 예의상 미소를 쥐어 짜냈다. “진짜 전복죽 먹고 싶은 거면 아주머니한테 부탁해도 되잖아요. 손맛이 저보다 못지않을 텐데.” 심유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왠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이 만든 건 도저히 못 먹겠어. 아마 아기가 너 좋아해서 네가 만든 음식이 더 입에 맞나 봐.” 그러고는 서아린을 배려하는 듯 말했다. “괜찮아, 전복죽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한 끼 굶는다고 아기한테 문제가 생기겠어?” 서아린은 박수를 칠 뻔한 충동을 느꼈다. 정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한 마디였다. 진선희가 굳은 얼굴로 서아린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너 일부러 유라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똑똑히 들어, 유라의 배속에 지금 우리 주씨 가문 유일한 손자가 있어. 그만큼 소중하고 귀한 아이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심유라는 배를 움켜쥐고 다시 구역질했다. 주민우는 서아린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서둘러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서아린! 전복죽 한 그릇 만드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잖아. 도대체 언제 철이 들래?” 서아린은 눈앞의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때 목숨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문득 지난 3년의 세월이 너무도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주씨 가문에게 돈을 요구하긴 했으나 모두 합쳐도 기껏해야 몇십억에 불과했다. 애초 서씨 가문이 내놓았던 200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더구나 그녀는 결혼하고 나서 줄곧 주원 그룹을 위해 일해 왔고,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와 창출한 이익만 하더라도 이미 주씨 가문에서 받았던 돈을 훨씬 넘어섰다. 그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주민우를 세심하게 돌보았고, 주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챙겨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씨 가문은 주씨 가문에 단 한 푼의 빚도 지지 않았다. 자신 또한 갚아야 할 것이 없었다. 그동안 너무 고분고분한 탓에 고작 한 번 거절했을 뿐인데 곧바로 ‘철없다’라는 비난받아야 했다. 서아린은 고개를 번쩍 들고 쌀쌀맞은 태도로 말했다. “전복죽 한 그릇 만드는 데 적어도 두세 시간은 걸려.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못 해.” “이...!” 진선희는 화가 치밀어 가슴을 부여잡았다. 주민우는 어젯밤부터 서아린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스레 당황했다. 설마 뭔가를 알아챈 건가? 그때, 밖에서 날카로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며칠 집을 비웠다고 셋이서 짜고 내 손주며느리를 괴롭혀? 민우야, 넌 남편이라는 게 자기 아내 편도 안 들고 뭐 하는 거니?” 곧이어 최순옥이 지팡이를 짚은 채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아린이 그녀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갔다. “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최순옥은 서아린의 손을 꼭 잡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우리 손주며느리가 보고 싶어서 바로 왔지.” 말을 마친 뒤, 어두운 안색의 그녀를 보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밥은 제대로 먹고 있어?” 그러자 진선희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민우가 매번 돈을 얼마나 퍼주는데 그 정도면 서강 그룹 자금을 메우고도 남아요. 아무 걱정 없이 돈만 쓰면 되는 사람이 안 찌면 다행이지, 살이 빠질 리가 있겠어요?” 최순옥은 미간을 찌푸리며 호되게 꾸짖었다. “넌 그 입 좀 다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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