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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수컷 고양이한테 질투하는 거야?

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정적을 깨뜨린 건 육지환이었다. 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재촉했다. “또 다른 선물이 있다니! 얼른 꺼내봐, 현기증 나니까.” 서아린은 당혹감에 굳어버렸다. 준비한 선물은 바둑판 하나뿐이었는데 느닷없는 두 번째 선물 소식에 그녀는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곁에 선 서연오의 소매를 슬쩍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갑자기 왜 이래?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 “어르신들 모두 네 솜씨를 궁금해하시잖아. 여기서 직접 그림 한 점 그려 올리면 점수 따기 딱 좋지. 어쩌면 오늘 안에 프로젝트 건도 확답을 받을지 모르고.” 서연오는 아주 오랫동안 서아린이 붓을 잡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의 필치가 얼마나 더 깊어졌을지 문득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은밀하게 소곤거리고 있었다. 배씨 가문 사람들 눈에 비친 그 모습은 영락없이 다정한 연인의 속삭임이었다. 흥이 오른 배윤슬이 배문수에게 말했다. “아버지, 만약 두 번째 선물이 더 근사하면 아까 그 바둑판은 저한테 양보하시는 거예요?” 배문수는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무슨 소리냐. 오늘 주인공은 나야. 내 생일이라고! 여기 있는 건 다 내 거다.” “에이, 아버님도 참. 딸자식한테 너무 박하신 거 아니에요?” 배윤슬은 배문수의 팔을 흔들며 콧소리 섞인 애교를 부렸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서아린은 묘한 감흥에 젖었다. 재벌가 특유의 서늘한 위압감이나 격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통의 평범한 집안보다도 훨씬 화목하고 온기가 넘치는 풍경이었다. 육지환이 왜 제 집 안방처럼 격식 없이 굴며 그녀더러 배문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서아린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서연오가 먼저 육지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와 먹, 붓 좀 준비해 줘. 아린이가 여기서 직접 그림을 한 점 올리겠단다.” 육지환의 손은 빨랐다.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매끄러운 화선지가 펼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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