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서아라는 불현듯 회의 시간에 직원들이 자신과 허진성을 향해 보내던 미묘한 시선이 떠올랐다.
늘 일에 치여 사느라 회사 안의 잡다한 소문에는 귀 기울일 틈조차 없었는데 그제야 그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차건우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었다.
“서아라, 난 기회를 줬어. 네가 못 잡은 거지. 허진성을 무너뜨린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서아라는 순간 제 자리를 잃은 듯 멍해졌다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차건우, 겨우 근거도 없는 소문 때문에 사람 인생을 이렇게 짓밟아? 당신 정말 제정신이야?”
하지만 차건우의 얼굴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우린 아직 이혼한 게 아니야. 그런데도 네가 벌써 싱글인 척하면서 새로운 상대 찾는 모습 보여? 날 뭐로 아는 거야?”
‘이혼’이라는 단어에 서아라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맞다. 그를 붙잡고 계속 찾아다녔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차건우, 우리 이미 약속했잖아. 지분 정리 끝내면 곧바로 이혼하겠다고.”
그러나 차건우는 눈을 낮추며 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누가 내가 지분을 다 가졌다고 했어?”
그의 말투는 태연했지만 누구나 대충 얼버무린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가볍게 흘러나왔다.
서아라는 속으로 단단히 치를 떨었다. 허진성을 향한 그의 짓, 그리고 최근에 자신을 피해 다니던 모습까지 떠올리자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차건우, 설마...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
그의 눈매에 낯설 만큼 차갑고 어두운 빛이 스쳤다.
“이제야 알았어?”
서아라는 숨이 막히듯 눈이 커졌다.
차건우는 여전히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 쓸데없는 남자들하고는 거리를 둬. 내 아내가 다른 남자랑 얽혀서 스캔들이라니 듣기 싫거든. 이번엔 가볍게 경고로 끝낸 거지만 다음엔 봐주지 않을 거야.”
순간 서아라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차건우, 약속 어길 생각이야?”
“첫째, 우리가 정한 건 내가 지분을 다 확보한 뒤에 이혼을 ‘고려’한다는 거였어. 난 아직 못 가졌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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