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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건우가 그 아이 일까지 알게 된 거야?” “응.” 정윤혁의 목소리가 순간 멈칫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대?” 그 말을 듣자 서아라는 몇 초 동안이나 말문이 막혔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잘 모르겠어.” 정윤혁이 차분히 짚어줬다. “건우가 갑자기 네가 아이 잃은 걸 알게 된 게 이상하다는 거야. 게다가 그때 상황을 생각해 봐. 건우가 널 원망할 입장이 아니잖아. 오히려 죄책감에 괴로워해야 정상이지.” 서아라는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바보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차건우의 태도가 변한 건, 분명 그 아이 일 때문이라는 걸. 애초에 그는 자신을 믿어준 적이 없었고 늘 의심했고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떠넘겼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또다시 책임을 자신에게 씌운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정윤혁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덧붙였다. “전에 건우를 잘 몰랐을 땐 그냥 무심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몇 번 직접 보고 얘기해 보니까 훨씬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더라.” “오빠, 무슨 말이야?” “처음에 건우가 널 안 믿은 건, 지민이가 계속 중간에서 이간질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네가 증거를 보여줄 땐, 건우가 무작정 지민이 편만 든 건 아니었어. 최소한 잘못을 인정하고 너한테 보상하려고는 했으니까.” 서아라는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이번 일에도 누가 중간에서 장난친 걸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서아라가 낮게 내뱉었다. “나랑 원수지고 건우랑 나 사이를 흔들려는 사람... 결국 하지민밖에 없잖아.” 정윤혁은 씁쓸하게 웃을 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정윤혁의 말을 들은 서아라는 직접 사람을 시켜 조사에 나섰다. 만약 누가 중간에서 꾸며낸 일이라면 범인은 하지민 말고는 없을 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사 결과는 아무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사실은 결코 비밀이 아니었다. 그때 차건우가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이미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차건우는 병원에 있는 서아를 보고도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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