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차건우는 한동안 서아라의 얼굴을 바라봤다.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말했다.
“지금 나랑 같이 병원 좀 가자.”
“그래, 가지 뭐.”
서아라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데 나 아직 밥 다 안 먹었거든. 괜찮으면 밥 좀 더 먹고 가도 될까?”
차건우는 잠깐 침묵하더니 조용히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보아하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듯했다.
서아라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다시 포크를 들어 식사를 이어갔다.
몇 입 뜨고 나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차건우를 향해 말했다.
“아직 밥 못 먹었지? 뭐 좀 먹을래?”
차건우는 잠시 정신이 멀어진 듯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왠지 모르게, 아주 오래전 기억이 조용히 떠올랐다.
그는 늘 야근이 잦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결혼 초만 해도 서아라는 하루도 빠짐없이 영양식까지 챙겨서 그를 기다렸었다.
위가 약하니 식사는 꼭 제때 챙겨야 한다며 말이다.
차건우가 밤늦게까지 안 오면 서아라는 직접 도시락을 들고 회사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차건우는 서아라가 정말 싫었다.
한 번은 그녀가 도시락을 들고 회사까지 찾아왔을 때, 차건우는 버럭 화를 내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매정하게 쏘아붙였다.
그 후로 서아라는 정말 회사로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식사 꼭 챙기라는 문자를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에 보내왔다.
그런데 그는 그 메시지를 거의 읽지 않았다.
오히려 안 읽은 메시지가 읽은 메시지보다 더 많을 정도였으니.
차건우는 문득 서아라가 언젠가부터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대체 언제부터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차건우.”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었다.
“뭐 먹을 생각 없으면 그냥 밖에서 기다려. 나 다 먹고 나갈 테니까. 계속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내가 밥 먹는 것도 불편해지거든.”
차건우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자신이 밥을 먹지 않아도 서아라는 예전처럼 챙기거나 권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자기 식사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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