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지민이 무슨 의리 있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사실 하지민은 서아라에게 이런 메시지를 슬쩍 던지고 있는 셈이었다. 결국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서아라는 윤수아보다도 못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서아라는 담담하게 웃었다. “지민 씨, 나 억울해요. 이건 정말 내가 한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윤수아는 서아라가 끝까지 시치미를 떼자 끝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손가락으로 서아라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치미를 떼? 네가 다른 애들까지 끌고 와서 나를 화장실에 가둔 거잖아!” 윤수아는 아까 자신이 당했던 이야기를 또다시 꺼냈다. 하지민은 이미 한 번 들었던 얘기였는데도 다시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를 끝낸 윤수아는 차건우를 향해 하소연했다. “건우 오빠, 저 여자 정말 악질이야!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돼!” 하지민은 올라오는 분노를 눌러가며 서아라에게 말했다. “아라 씨, 저한테 불만 있으면 저한테 직접 말하세요. 수아는 아무런 죄도 없어요.” 서아라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민 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일은 저랑 아무 상관 없어요.” “하지만 수아가 분명히...” 하지민의 말을 서아라가 끊었다. “하지민 씨가 아까 말했었죠? 불만 있으면 직접 얘기하라고요. 제가 정말 뭔가 할 생각이었으면 하지민 씨한테 직접 했겠죠. 굳이 윤수아 씨를 왜 찾아갔겠어요? 윤수아 씨랑 친하니까 감싸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불과 며칠 전에 윤수아 씨가 얼마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는지, 우리가 다 봤잖아요. 물론 당신들이 저라고 몰고 간다면 저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어요. 다만 모든 일에는 다 증거라는 게 필요한 법이죠. 윤수아 씨가 그렇게 억울하다면...” 서아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세요.” 순간 병실 안은 고요해졌다. 하지민은 차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건우야, 화장실 앞 CCTV는 확인됐어?” 차건우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CCTV, 오래전에 고장 났어.” 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