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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결혼 후 3년 동안 차건우가 서아라에게 보여준 건 경멸과 혐오뿐이었다. 심지어 서아라의 생사도 상관하지 않았고, 하지민과 다른 이들이 서아라를 함부로 짓밟는 것도 막아주지 않았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민이 차건우의 첫사랑이라는 걸. 심지어 서아라 자신조차도 그렇게 믿어왔다. 하지만 차건우와 더 가까이 지낼수록, 서아라는 이상함을 느꼈다. 차건우는 결코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예전에는 그렇게 어리석은 짓들을 반복했던 걸까? 서아라의 호흡이 가빠졌다. 불현듯 떠오른 것은 얼마 전 있었던 대진 그룹의 위기였다. 그때 차건우의 행동도... 박씨 가문의 눈을 속이기 위한 연기였던 걸까? 분명한 건 하나였다. 차건우는 서아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지금 서아라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하늘이 핑 도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몇 걸음 물러서던 서아라는 결국 닫히지 않은 문에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냈다. “누구야.”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곧이어 긴 그림자를 드리운 한 남자의 모습이 문 앞에 나타났다. 차건우였다. 서아라를 보는 순간 차건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즉시 무언가를 눈치챈 듯 하지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민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지민은 차건우의 매서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세상일이 전부 네 뜻대로만 되진 않아. 건우야, 이게 네가 감당해야 할 대가야.” 흥분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하지민은 다시 차분한 말투로 얘기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하지민은, 서아라 곁을 스쳐 지나가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눈빛 속에는 연민과 동정이 가득했다. “서아라 씨, 사실 우리... 다를 게 없어요.”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멀어져 갔다. 하지민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서아라는 눈앞에 선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심장이 떨리고 눈동자마저 흔들렸다. 한낮의 햇빛이 거대한 창문을 뚫고 비스듬하게 쏟아졌다. 그 빛에 비친 차건우의 긴 실루엣은 벽을 따라 길게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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