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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차건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나는 우연이라는 걸 믿지 않아. 하지민이 나타난 시점부터 이상했지. 게다가 연약한 여자가 아무 도움도 없이 어떻게 홀로 나를 구할 수 있었겠어?” 서아라의 가슴이 조여왔다. “그래서 처음부터 하지민을 믿지 않았던 거야?” 차건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맞아.” 서아라는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그래도 하지민이 그렇게 오랫동안 곁에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린 적은 없었어?” 차건우가 고개를 돌려 서아라를 바라봤다. 눈빛 속에는 잠깐의 의아함이 스쳤다. “왜 하지민과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거지?” 입술 끝이 차갑게 굳어졌다. “계속 경계하고 의심해 온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서아라의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차건우가 하지민을 숨겨주고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한데, 그보다 더 가혹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아라는 비웃듯이 입술을 말아 올렸다. “그래서 우리가 결혼한 3년 동안 네가 나한테 보여준 냉정함과 무관심도... 모두 네가 연기의 일부였다는 거야?” 차건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서아라를 응시했다. “연기라기보다... 그때 우리는 서로 잘 알지 못했잖아. 이 결혼은 우리 둘 다 필요한 걸 얻기 위한 선택이었어.” 서아라의 가슴에서 피어오른 웃음은 씁쓸했다. “필요에 의해 시작된 결혼이라... 참 그럴듯하네.” 서아라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물었다. “하지민이 돌아온 뒤, 하지민이 나를 괴롭히게 방치한 것도... 단지 내 존재로 하지민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던 계산이었던 거지?” 차건우의 눈빛이 깊고 어두워졌다. “아라야, 말했잖아. 보상할 거라고.” 서아라는 차건우의 말을 무시하듯 단호하게 이어갔다. “차건우, 네가 계속 이혼을 미뤄온 것도, 사실은 하지민의 진짜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 아니야? 넌 내가 하지민과 싸우며 시간을 끌기를 원했으니까, 맞지?” 긴 정적이 흐른 뒤, 차건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맞아. 하지민은 내 곁에 돌아오기 위해 너를 내쫓아야 했지. 내가 이 결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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