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서아라는 깨달았다. 자신이 믿었던 아름다운 감정은 사실 이렇게 잔인하고 차가운 것이라는 걸.
차건우는 모든 것을 너무 치밀하게 계산했다. 사람의 마음도, 감정도, 한 치의 빈틈조차 없이.
그동안 차건우가 보여준 따뜻함은 모두 다른 이들을 속이기 위한 연극이었다. 그 사실이 서아라의 숨을 막아왔다.
서아라는 차건우의 검은 눈동자를 보면서 차가운 심연 속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가 지금 그만두려는 건, 모든 일이 이미 끝났다는 뜻이겠지. 하지민이 쓸모없어진 것처럼, 나 역시도 이제 가치가 사라진 거야. 그렇다면... 이제 나를 놔줄 수 있겠어?”
차건우의 검은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아라야, 네가 하지민 일을 늘 마음에 담아둔 걸 알아.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끝났어.”
서아라가 차건우를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아라야, 이미 말했잖아. 나는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서아라가 손을 확 들고 차건우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짝.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차건우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서아라를 바라보았다.
“차건우, 넌 네 욕망과 복수를 위해 나를 이용하고 또 이용했어. 이제 와서 뻔뻔하게 이혼하지 않겠다고?”
서아라의 웃음은 서늘했다.
“내게서 더 이상 얻을 게 없잖아. 그래도 내가 3년 동안 이용당했고, 같은 침대를 쓴 사람이라는 걸 감안해서라도 마지막 소원은 들어줄 수 있지 않아?”
차건우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아라야, 넌 알잖아. 나는 널 단순히 이용한 것만은 아니야.”
서아라는 눈을 감았다.
“단순히 이용만 한 게 아니면... 결국 이용은 했다는 거네?”
차건우이 낮고 단단한 말투로 얘기했다.
“아라야, 그동안 내가 어떻게 했는지 정말 몰라? 만약 내가 널 이용만 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어.”
서아라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차건우, 네가 해온 일들 속엔 분명 보상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게 사랑이 될 수는 없잖아.”
차건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무겁게 말했다.
“맞아, 나는 네게 많은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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