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화
차건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가요.”
“왜요? 놀이공원은 안전하잖아요?”
“롤러코스터는 떨어질 위험이 있고 대관람차는 더더욱 그렇죠.”
“그건 확률 문제죠.”
“가고 싶으면 천아연 씨 혼자 가요.”
“제가 혼자 갈 수 있으면 건우 씨를 왜 찾았겠어요? 알았어요, 알았어. 약속할게요, 위험한 거 안 타기로. 됐죠?”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의 대화 내용은 밖에서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서아라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조금 전 하녀들이 차건우가 계속 천아연을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제 눈으로, 제 귀로 직접 보고 듣고 나니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서아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차건우가 폭풍우를 만났다는 소식에 밤새도록 잠을 설쳤다.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고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건만 그는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았을뿐더러 이곳에서 천아연을 돌보고 있었다.
며칠 전, 하녀들이 했던 무례한 말들이 귓가에 다시 맴돌았다.
그때는 그저 마음이 조금 불편했을 뿐, 이 남자가 정말 천아연과 결혼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천아연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움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차건우가 서아라에게 보여준 믿음직한 행동들이 그 불안감을 늘 잠재워 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차건우 같은 남자가 여색에 홀릴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서아라는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예전의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사랑에서 온 자신감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그저 과거에 대한 보상이었고 서아라는 차건우에게 자격 있는 아내였을 뿐이었다.
사이가 한참 좋았을 때, 그녀는 차건우의 몸과 마음이 편안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었다. 그 역시 그녀에게 마음을 많이 써주었다. 그는 이 결혼 생활이 주는 만족감을 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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