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서아라가 고개를 돌리자 뜻밖에도 인파 속 차건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곧은 체구는 주변의 허세 가득한 재벌 2세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또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에게는 어딘가 속세와는 거리를 둔 고요함과 단정한 기품이 있었다.
감정이라고는 비치지 않는 얼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는 그 어떤 속내도 내비치지 않았다.
서아라의 시선을 느꼈는지 차건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고요한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가 그녀의 눈과 맞닿았다.
서아라는 알고 있었다.
차건우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비웃었을 거라고.
하지만 그는 너무도 침착했다.
그 눈빛에는 놀람도 조롱도 전혀 없었다.
재미난 구경을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조용히 분석이라도 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 태도에 도리어 더 불편함을 느낀 서아라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지민은 차건우의 시선이 끊임없이 서아라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왠지 모를 불안함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제야 술렁이던 사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헐, 진짜로 임유성 씨를 이긴 거야? 마지막 라운드에서 완전히 압살했잖아?”
“앞에 두 판은 일부러 져준 거 아니야? 오늘 임유성 씨 꽤 잘했는데...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더니, 딱 그 말이네.”
“그런데 이렇게 서아라한테 지면 임유성 씨 체면 완전히 구긴 거네.”
임유성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건 말 그대로 실력으로 붙는 승부였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핑계를 댈 수조차 없는 완패였다.
서아라가 그의 앞까지 걸어갔다.
“임유성 씨, 아까 사람들 앞에서 한 말, 아직 유효하겠죠?”
임유성의 두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짐승처럼 사납고 음침했다.
하지만 서아라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별로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아까 임유성 씨가 스스로 말했던 그대로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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