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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차건우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당분간은 떠날 수 없을 거야.” “내일 또 천아연한테 갈 거야?” “응.” 서아라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혼자 갔다 와. 난 안 갈 거야.” 고개를 들자 검은 눈동자에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들어왔다. “안 돼.” “천아연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야. 내가 가든 안 가든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뭐 하러 굳이 불편한 자리를 만들어? 서로한테 괴로울 뿐이야. 아니면...” 서아라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없을 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서아라.”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아무 일도 없다면 내가 가든 안 가든 상관없잖아.” 서아라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천아연이 우리를 구해준 건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난 여전히 천아연이 미워. 그러니까...” 그녀는 남자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다시는 그 여자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당신이 천아연을 만나러 가는 건 말리지 않을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차건우의 검은 눈동자가 더 짙어졌다. 한숨을 내쉬던 차건우가 앞으로 다가와 서아라를 끌어안으려 했다. 순간, 서아라는 그의 손길을 피했다. “일찍 쉬어.”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그한테 이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차건우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말을 안 해도 서로 잘 알고 있었고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날, 차건우는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난 뒤, 차건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던 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서아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갔다 와.일찍 들어오고.” 고개를 돌리고 서아라를 쳐다보니 그녀의 표정이 어두웠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마음을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짧게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궁전의 정원에서 혼자 산책하고 있는데 하녀가 그녀의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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