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2화
차건우는 예쁜 입술을 꽉 다문 서아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득 이유 모를 음울한 감정이 가슴 깊숙이에서부터 꿈틀거렸다.
서아라가 병원에 오고부터 특별한 감정 기복은 없었지만 유독 차건우를 똑바로 응시하지는 않았다. 차건우도 그녀의 냉담한 태도가 너무 낯선 것은 아니었다. 차건우는 천아연의 일로 서아라 마음에 상처와 불만이 쌓여 있을 거란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더 이해하려 노력해 왔다.
차건우의 목소리에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아라야, 추측은 증거가 될 수 없어. 오늘 솔직히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었어.”
서아라는 고개를 기울이며 담담하게 되받았다.
“왜? 마음 아파?”
차건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너도 잘 알잖아.”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대체 무슨 뜻이냐고?”
서아라의 도발적인 물음에 차건우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서아라, 너 도대체 어쩌려고 이래?”
서아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여전히 담담한 어조를 유지했다.
“그 말은 정말 이해가 안 가네. 내가 천아연에게 그렇게 많은 모욕을 당했는데 단순히 억울함을 풀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이상한 거야?”
그녀는 침대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며 말을 이었다.
“이 사진들이랑 영상을 봤어??”
천아연이 보낸 영상을 재생하면서 서아라는 휴대전화를 차건우 쪽으로 내밀었다.
“직접 봐.”
차건우는 화면을 응시하더니 점점 얼굴빛이 굳어졌다.
서아라는 남자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내가 아플 때 네가 나한테 사과 한번 깎아 준 적 없잖아.”
차건우가 입을 열었다.
“내가 천아연의 요구를 거절하면 천아연은 끊임없이 억지를 부릴 거야.”
“그러니까...”
서아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네가 편하기 위해서라면 천아연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 수 있다는 거야? 우산도 들어주고 사과도 깎아주고 옷까지 걸쳐 줬던 그 모든 행동이 단지 천아연이 귀찮게 하는 게 싫어서였단 말이야?”
차건우는 서아라의 맑게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확고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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