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화
차건우는 서아라의 볼에 입술을 가볍게 댔다.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낮게 스며들었다.
“아라야, 전에 내 인생이 재미없다고 너한테 말했었지. 그런데 말이야 네가 이런저런 수단으로 내 지루한 인생에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중요한 건 네가 나에 대한 감정이지 나머지는 나한테 아무 의미가 없어.”
차건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무언가에 홀리는 듯한 기분 좋은 흥분을 담고 있었다.
서아라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등골이 오싹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서아라는 알고 있었다. 지금 차건우의 모든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차건우는 서아라가 천아연에게 어떤 수를 써도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납치 사건까지 거짓으로 꾸며 자신을 속여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그것이 더 흥미로웠다.
서아라는 차건우의 이런 모습이 황당하였고 더욱이 차건우의 심리상 엄중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차건우가 느끼는 이 감정이 일종 기형적 쾌락에 불과 했다.
서아라는 이불을 꽉 움켜쥐고 차건우의 입술을 피하더니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천아연의 수를 쓰는 걸 분명히 알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천아연이 건우 씨를 신경 쓰는 것에 대해 즐기고 있다는 뜻이야?”
“아라야, 네가 깨어난 이후로 무언가를 자꾸 의심하는 것 같구나.”
차건우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서아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
“내가 의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납치를 당했는데 건우 씨는 천아연 곁에 있었잖아. 화낼 만한 이유는 충분한 것 같은데?”
서아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
차건우는 어두운 얼굴로 서아라를 응시했다.
“만약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서아라는 순간 당황해 입을 다물었다.
차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일단 쉬고 있어. 잠시 나갔다가 올게.”
서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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