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9화

임우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방 안의 공기마저 싸늘하게 가라앉은 듯했다. 그는 서아라의 창백하면서도 정교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천아연 때문인가요?” “아니요.” “그럼, 아라 씨가 납치당했을 때 차건우가 제때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아니에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임우현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차건우가 아라 씨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 거죠?” 순간 병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임우현의 말은 맞았다. 그는 서아라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며 예전처럼 무심한 말투로 무언가를 덧붙이려 했지만 서아라의 실망이 가득 찬 표정을 보는 순간 마음이 조이는 것만 같았다. 서아라는 막연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방 안에 맴돌았다. “저와 건우 씨 사이에 당연히 감정을 논할 자격 같은 건 없어요.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해 왔죠. 사실 나쁠 것도 없어요. 건우 씨는 저를 잘 대해 주고 서씨 가문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서아라는 말을 이었다. “우현 씨가 말했듯이 차건우 같은 사람에겐 사랑이란 없을 테죠. 저를 사랑하지 않지만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서아라의 입가에 의미 없는 미소가 스쳤다. “제가 있는 한 차건우는 천아연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저와 천아연 사이에 모순이 생겨도 그는 제 편을 들어줄 테고요. 우현 씨는 제가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고 생각하죠?” 임우현이 입을 열었다. “제가 비록 차건우와 아라 씨의 관계를 이간질해서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 했지만 차건우 같은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쉽게 관심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몇 년 동안 그가 높은 자리에서 각종 여성을 상대해 왔을 텐데 만약 미인계가 통했더라면 아마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을 거니까요.” “아시다시피 차건우 같은 남자는 원칙적인 실수를 범할 확률이 매우 낮아요. 그와 함께하는 것이 이로운 점도 더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