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2화

“놔!” “넌 일단 가서 쉬어. 내가 금방 내보낼게.”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예전에도 약속했잖아. 다시는 이 여자와 만나지 않겠다고,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하겠다고. 그런데 어떻게 됐어? 오늘 또 와서 나를 역겹게 하잖아.” 서아라는 화가 난 듯 나가겠다고 고집했다. 차건우는 당연히 그녀를 내보낼 수 없었고 두 사람은 그렇게 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 모습을 본 천아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우습기 그지없었다. ‘나 보라고 일부러 내 앞에서 화난 척 연기하는 건데 차건우 눈에는 안 보이나?’ 이렇듯 저급하고 아무런 기술도 없는 수법을 천아연은 쓰기조차 싫었다. “일단 침대로 가서 쉬어. 내가 이 여자 데리고 나갈게.” 낮은 목소리로 달래는 남자의 표정에는 조금도 불쾌함이 없었다. “데리고 나가?” 서아라는 의미심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그렇게 많으면 내가 자리를 비켜줄게. 지금은 나를 붙잡고 조금 있다가는 이 여자를 배웅하러 가? 차건우, 안 피곤해?” 누가 봐도 서아라는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게 분명했다. 여자가 떼를 쓸수록 남자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그렇게 막무가내인 여자를 좋아할 남자는 없으니까. 지금 서아라의 행동이 시장 한복판에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아줌마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사람 불러서 내보낼게.” 차건우는 품에 안긴 여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난 안 가.” 서아라는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나 몰래 나갈 줄 누가 알아?” 남자의 깊고도 또렷한 목소리는 산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샘물 같아 매우 듣기 좋았다. “안 그래.” 다정하게 말하는 차건우의 얼굴에는 조금도 짜증스러운 기색이 없었다. 천아연은 차건우가 자신과 서아라에게 보이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천아연을 달래준 적도 없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온기가 전혀 없었다. 매일 임무를 완성하듯 딱딱하게 굴며 옷을 걸쳐 줄 때조차도 조금의 다정함이 없었다. 지금 차건우가 서아라를 참을성 있게 달래는 모습을 눈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