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7화
서아라는 자신이 차건우의 말대로 방 안의 모든 것을 부숴도 남자가 전혀 동요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서아라는 얼굴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더 안 부술 거야?”
남자의 눈빛은 덤덤했다.
“안 할 거면 내가 사람 불러서 유리 조각 치우라고 할게.”
차건우가 옆에 있는 간호사 호출 벨을 누르자 곧 마흔 살쯤 된 간호사가 들어왔다.
지금 그녀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모두 4, 50대 중년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젊은 간호사들은 차건우를 볼 때마다 넋이 나가서 수액 주사는커녕 손에 든 약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으니까.
차건우는 그게 지긋지긋해 젊은 간호사나 의사들을 모두 40대 이상으로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중년 간호사는 차건우의 지시에 따라 방 안의 파편을 모두 깨끗이 치웠다.
간호사가 나가자 차건우는 다시 서아라의 침대 앞으로 다가와서 별일 아니라는 듯 또 다른 사과를 집어 들고 느긋하게 깎기 시작했다.
서아라는 그가 진지하게 사과를 깎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억눌렀던 분노가 또다시 확 치밀어 올랐다.
조금 전엔 정말로 화가 났던 게 아니라 단지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남자는 보통 여자가 같은 일에 집착하며 억지 부리는 걸 싫어하니까 일부러 그를 짜증 나고 불쾌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차건우는 그걸 알아차렸는지 겉으로 아무런 변화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듯 서아라가 아무리 난리를 부려도 끄덕하지 않았다.
똑똑한 남자는 서아라가 이혼 얘기를 꺼내기 위해 일부러 싸움을 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다툴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것이었다.
서아라는 남자의 잘생기고 완벽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나가.”
멈칫하던 차건우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서아라는 싸늘하게 대하거나 조금처럼 난동을 부리긴 했어도 내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신 얼굴 보기 싫어.”
서아라가 덧붙였다.
“난 몸도 거의 회복했으니까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돼.”
차건우는 반쯤 깎은 사과를 옆에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