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8화

천승우가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조용히 해.” 나라를 다스리는 남자의 위엄에 영부인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천아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멍하니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오기 전부터 그들은 이미 상의해 두었다. 천아연이 ‘모함'당한 억울함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비록 당장 차건우의 귀국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천아연이 따라가면 그만이고 심지어 이를 빌미로 차건우의 집에 머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아름다운 환상에 그쳤다. 천아연은 이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빠가 대체 어떤 증거를 보고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걸까.’ 천승우는 분명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했다며 단 한 점의 허점도 없으니 안심하고 결과를 기다리라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천아연.” 다시 입을 열었을 땐 천승우의 목소리가 한층 무겁게 들렸다. “서아라 씨에게 사과해.” 천아연이 멍하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서아라를 바라보았다. 서아라도 이 상황에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도 천아연과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 ‘차건우가 천승우에게 보여준 증거가 뭘까. 설마 천승우의 약점인가?’ 천아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눈빛에는 억울함이 흘러넘칠 정도였다. 그동안 꿈꿔왔던 미래가 무참히 산산조각 난 것도 모자라 서아라에게 사과까지 해야 한다니. 늘 오만하게 굴었던 천아연이 대통령의 딸로서 어떻게 서아라에게 사과하겠나. 그러나 천승우의 시선이 주는 위압감에 천아연은 마지못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서아라 씨, 미안해요.” 놀랐던 서아라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억울함과 불만이 가득한 천아연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천아연 씨, 표정을 보니 마지못해 사과하는 것 같네요?” 그러면서 싱긋 웃었다. “저는 남에게 강요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천아연 씨가 그렇게 원치 않는다면 그만두는 게 좋겠네요. 꼭 저 때문에 크게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행동하네요.” 서아라의 조롱 섞인 말을 못 알아들을 리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