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9화

서아라는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천아연 씨,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그만둬요. 내 앞에서 내 남자를 유혹하다니,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가차 없이 쏘아붙이는 말에 천아연은 순간 엄청난 굴욕감과 난처함을 느꼈다. 서아라가 일부러 난처하게 굴자 천아연은 양심의 가책도 없이 곧장 벌떡 일어섰다. “아니면 내가 시간을 좀 줄까요? 마주 보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시간?” 차건우가 서아라 앞을 가로막더니 고개를 돌려 천아연을 바라보며 얇은 입술로 냉혹한 말을 내뱉었다. “천아연 씨, 우린 시간이 없어요.” 천아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비교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을 텐데... 천아연은 차건우와 함께 보냈던 시간 동안 그가 자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더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심지어 은혜를 빌미로 겉보기에 ‘다정한’ 행동을 하도록 협박했다. 하지만 가짜는 어디까지나 가짜였다. 천아연도 그걸 잘 알았지만 기꺼이 그 거짓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 진실이 눈앞에 보이자 천아연은 문득 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차건우는 조건 없이 서아라를 지켜주고 믿어주었다. 결국 천아연은 90도로 몸을 숙이며 서아라에게 사과했다. “서아라 씨, 죄송합니다.” 서아라는 무표정하게 천아연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려요.” 천아연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세게 깨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아라 씨, 죄송합니다.” 서아라가 천아연의 행동을 보면서도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천아연은 고개 숙인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영부인의 얼굴에 분노가 스쳤지만 꾹 참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승우의 눈빛에도 차가운 빛이 스쳤다. 일부러 상대를 난처하게 하는 서아라의 행동에 불만을 가득 느꼈다. 차건우는 계속 서아라를 지켜볼 뿐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아라의 가냘픈 목소리가 고요한 병실에 울려 퍼졌다. “난 이 사과 받을 자격 충분해요.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