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9화

차건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음, 어젯밤은 내가 잘못했어.” 그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이어서 물었다. “안고 샤워하러 가줄까?” 서아라는 그를 향해 인상을 쓰고 싶었지만 참았다. 차건우에게 더 이상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차건우의 '한 대 때리고 한 입 먹이기'를 하는 이런 패턴에 완전히 무감각해졌다.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차건우는 전날 그녀에게 그토록 구역질 나게 대했는데 다음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과하고 심지어 어렴풋이 부드러움과 인내심까지 드러냈다. 지금은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그녀에게 잘해줘도 차건우가 이기적이고 무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없었다. “필요 없어.” 서아라는 차갑게 거절했다. 거절하는 순간 그녀는 들어 올려졌다. “샤워하러 데려가 줄게.” 진정한 모습이 또 드러났다. 그녀의 거절을 무시할 거면서 왜 그녀에게 묻는 거지? 결국엔 차건우가 서아라를 샤워까지 시켜줬다. 그녀는 더 이상 거절하거나 반항하지 않았다. 차건우의 에너지가 얼마나 넘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결국 스스로 고통만 받을 뿐이다. 샤워를 마치고 서아라는 차건우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했다. 이혼하지는 못했지만 생활은 계속 이어갔다. 그녀가 낮에 하루 종일 잤던 건 너무 피곤해서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건우는 서재로 돌아가 업무를 처리했다. 서아라를 데리고 한 달 동안 여행을 갔으니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여행을 간 목적은 아마도 그들 사이의 관계를 완화하려는 것이었고 처음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천아연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그녀는 스스로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차건우가 저녁 11시에 안방으로 돌아왔다. 서아라는 고개도 들지 않았고 그에 대한 태도도 매우 차가웠다. 앞서 한동안 서아라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항상 차가웠다. 그 태도는 차건우의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들었다. 만약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