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차건우는 날카로운 서아라의 눈매를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미 상황은 잘 수습됐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거야?”
서아라는 곧장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 대표님은 제가 일부러 하지민 씨를 겨냥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차건우는 아무 말 없이 서아라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서아라는 그 침묵이 곧 그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아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차 대표님 생각엔 제가 C국어를 능숙하게 다뤄서 그 위기를 가볍게 넘긴 거라 믿으시는 거죠?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고요.”
차건우의 눈빛은 여전히 깊고 어두웠다.
“아닌가?”
서아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 C국어 못합니다.”
차건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서아라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야?”
“네.”
서아라는 차갑게 웃었다.
“제가 그 계획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건, 태성 그룹에서 며칠 전 미리 보내주셨기 때문이에요. 내용이 중요해서 여러 번 읽어뒀고 다행히 기억력이 괜찮았던 덕분이죠.”
그녀는 차건우의 냉철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도 제가 아주 쉽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상황을 해결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서아라는 그의 대답을 굳이 기다리지 않았다. 하지민이 걸린 일이라면 차건우는 언제나 그녀 편일 테니까.
서아라는 더는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다시 일에 집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차건우는 하지민을 데리고 조용히 사무실을 떠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서아라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탁 내려놓고 길게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더는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
‘진짜 별짓을 다 하네. 머리까지 박아가며...’
서아라는 피가 맺힌 하지민의 이마를 떠올리자 살짝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그 정도면 조금은 되갚아준 셈이었다.
그러나 차건우의 태도는 그녀의 기분을 망쳐버리기에 충분했다.
십여 분쯤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서아라는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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