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하지민의 몸에서 흘러나온 선혈이 하얀 대리석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그 광경은 보기만 해도 섬뜩할 정도였다.
서아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때, 슈트를 입은 남자가 복도 저편에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계단 아래 쓰러져 있는 하지민을 본 순간 그의 눈동자가 매섭게 수축했다.
“지민아!”
차건우는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 하지민을 품에 안고 다급히 외쳤다.
“구급차 불러!”
...
병원.
응급실의 문 위에 켜진 붉은 불빛이 눈부시게 깜빡이고 있었다.
차건우의 잘생긴 얼굴 위로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눈빛은 차갑고도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윤수아가 복도로 들이닥쳤다. 그녀는 서아라를 보자마자 손가락질하며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서아라, 너지? 너밖에 더 있겠어?! 지민이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린 거 너잖아, 이 지독한 년! 진짜 지민이를 죽여야 속이 시원해? 어떻게 너처럼 더럽고 악독한 인간이 있을 수 있어? 넌 정말 염치도 양심도 없는 인간이야!”
서아라는 윤수아의 분노에 찬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서아라가 윤수아의 부모라도 죽인 원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서아라는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염치없는 걸로 따지면 윤수아 씨가 2등이겠네요. 1등은 감히 아무도 넘보지 못할 거고. 그 부분에선 제가 한참 부족하죠.”
이어진 서아라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냉소는 차갑게 내리꽂혔다.
“악독하다고요?”
서아라는 코웃음을 치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것도 제가 윤수아 씨의 발끝에나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 말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한 마디도 욕설은 없었지만 정곡을 찌르는 가시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도 모자라서, 남 욕할 때는 정의로운 척까지 하시네요. 그런 뻔뻔함을 제가 감히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아라의 말은 한 줄 한 줄이 윤수아의 심장을 파고드는 비수였다.
그에 반해 그녀의 표정은 한결같이 무표정하고 침착했다. 그게 오히려 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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