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네가 먼저 날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너한테 시비 걸 일은 없어. 하지만 선을 넘는다면...”
서아라는 차건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땐 참지 않을 거야. 너는 네가 하지민한테 진 빚을 나한테 떠넘기려 하지 마.”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차건우, 네가 하지민을 어디까지 받아 주든 그건 네 자유야. 하지만 난 그 여자한테 아무 빚도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까지 용서를 강요하진 마.”
그 말에 차건우는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알고 있어.”
서아라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음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먼저 올라갈게. 넌 네 일 봐.”
그녀는 차건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돌아오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연극이라면 둘은 당연히 한방을 써야 한다.
그 말인즉 오늘 밤 차건우와 같은 방에서 자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 끔찍한 건 침대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물론 두 사람은 이미 가장 깊은 관계까지 나눴던 사이였고 같은 침대에서 자는 일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후, 서아라는 차건우에게 말할 수 없는 반감을 품게 되었고 이제는 그의 살결이 닿는 것조차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다른 이불을 꺼내 소파 위에 누웠다.
요즘 회사 일도 바쁜 데다 하지민의 끈질긴 계략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곧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들려 올라갔다.
미세하게 눈썹이 떨리더니 서아라는 번쩍 눈을 떴다.
눈앞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또렷한 이목구비와 차갑고도 잘생긴 얼굴이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차건우의 품에 안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차건우, 뭐 하는 거야?”
졸음은 단번에 사라졌다.
서아라의 몸은 반사적으로 굳어졌고 눈빛에는 날이 선 경계심이 어렸다.
“침대에서 자.”
차건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품 안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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