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서아라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차건우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차건우는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는 듯 담담하게 답했다.
“서아라, 네가 내 야근이나 출장을 핑계 삼아 넘어가려고 하는 거 나도 알아. 그런데 정말로 엄마가 그렇게 쉽게 넘어가실 것 같아?”
서아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리 엄마야. 네 엄마 아니라고.”
이제 차건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그는 서아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엄마를 보고 아줌마라고 불러? 나중에 물어보면 '내 엄마는 아니잖아요'라고 대답하길 바라는 거야?”
서아라는 그의 말에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차건우,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난 너를 도와주고 있어. 아직도 그걸 모르겠어?”
“도와준다고?”
서아라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네가 단순히 착한 마음으로 이럴 사람은 아니잖아.”
차건우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내가 그렇게까지 못된 사람으로밖에 안 보이나 보지?”
서아라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자기 객관화는 좀 되네.”
그녀의 비아냥에도 차건우는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먼 길까지 널 보러 오셨어. 우리가 서로 싸우는 모습 보여드릴 거야? 서아라, 네가 혼자 연극을 하는 것보다 내가 같이 도와주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어.”
서아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차건우가 함께해준다면 어머니 서윤정은 그녀가 잘 지내고 있다고 확실히 믿을 것이다.
지금 정윤혁은 대진그룹의 S시 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었고 그 일은 서아라에게 맡겨질 예정이었다. 그녀는 조만간 Z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야 했다.
천천히 부모님께 이혼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지만 예기치 않게 서윤정이 먼저 찾아온 상황이었다.
차건우와의 관계는 이미 소원해질 대로 소원해졌지만 아직 공식적인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 앞에서 갑자기 이혼하겠다고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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