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서윤정은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더니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아빠한테서 전화 왔어.”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서아라의 아버지는 딸을 만났는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차건우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듯했다. 서윤정은 하나하나 정성스레 대답했고 차건우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는 자연스레 애정이 묻어났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서아라는 몇 번 말을 꺼내려다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말해 어머니가 저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본 건 너무 오래된 일이었다. 약 10분 뒤, 전화를 끊은 서윤정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라야,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아라는 눈을 돌리며 결국 하고 싶던 말을 삼켰다. “그냥... 우리 집안 사정은 당분간 차건우한테 말하지 말아요. 나중에 적당한 때가 되면 그때 이야기해요.” “차건우는 괜찮은 사람 같으니 그런 사실을 알아도 크게 흔들릴 사람은 아니야.” 서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숨긴 거니까 나중에라도 제대로 설명은 해야지. 부부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 안 되잖아.” 서아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서아라가 조심스럽게 물어본 결과 서윤정은 길어야 한 달 정도만 머물 예정이라 했다. 차건우도 한 달에 몇 번 집에 들르지 않으니 출장 핑계를 대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던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던 중, 현관문이 갑자기 열리고 차건우가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문소리에 놀라 문 쪽을 본 서윤정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건우야, 어떻게 온 거니? 아라가 오늘 야근이라고 하던데?” 차건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서아라를 한 번 흘긋 바라본 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가 처음 우리 집에 오셨는데 두 분만 남겨두고 회사에 있을 수는 없죠. 그래서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