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예전 서아라는 차건우를 진심으로 좋아했고 그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서윤정은 태성그룹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중소기업일 뿐이며 그들의 정씨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서윤정과 서아라의 아버지는 고서준을 늘 호감 있게 생각해 왔다. 반듯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었고 집안끼리도 잘 어울렸다. 그러나 서아라에게 고서준은 어디까지나 ‘오빠’일 뿐이었다. 서윤정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었다. 혼사는 궁합이 맞아야 하고 배경이 비슷해야 행복하다고 믿었다. 그때 서아라는 끝까지 차건우와 결혼하겠다며 버텼고 결국 부모는 고서준과의 인연을 이어보려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 사실을 들은 서아라는 부모님이 혹시나 약까지 사용할까 봐 스스로 차씨 가문을 떠나버렸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차건우는 예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서아라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서윤정은 해외에 머물면서도 태성그룹의 상황을 꾸준히 지켜봤다. 가끔 서아라의 아버지가 차건우에 대해 칭찬하는 말을 할 때면 과연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는지 혼란스러워지곤 했다.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딸의 선택을 막았던 과거를 점차 후회하기 시작했다. 딸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걸로 충분했던 것이다. 부모로서 그 이상을 바란 것은 결국 욕심이었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차건우가 조심스레 제안했다. “엄마, 먼 길 오셨는데 며칠 더 머무르다 가시는 건 어떠세요?” 서윤정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 좀 할게.” 차건우는 조용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라 엄마면 제게도 엄마세요. 가족끼리는 너무 격식 차리실 필요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서윤정은 더욱 따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진심이 어느새 마음 깊이 전해져 있었다. 잠시 뒤, 차건우는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폈다. “아라와도 오랜만에 만나셨죠? 하실 말씀 많으실 테니 저는 먼저 태성그룹으로 돌아